중구청 관광자원화 사업 일부

인천교구가 답동 주교좌성당 마당 일부 등을 신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팔아 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답동성당 마당 일부와 가톨릭회관 부지 3541제곱미터를 최근 인천 중구청에 81억 2300만 원에 매각했다. 중구청 사업내역서에 따르면 ‘답동성당 일원 관광자원화 사업’이라는 이름하에 이 부지에 6500제곱미터 넓이의 공원과 지하 4층 규모로 주차시설 254면이 들어선다.

중구청 건설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 주차장과 동인천역 앞 우현로 밑의 지하상가를 연결해 현재 가톨릭회관 맞은편에 있는 신포시장 등과 오가기 편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답동성당 신자들은 교구나 본당으로부터 매각과 사업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답동성당 신자 정동준 씨(세례자 요한)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통화에서 “신자들에게 안 알려줬고, 본당신부도 잘 모르고, 알고 있던 한두 명은 목소리를 안 내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정 씨를 비롯해 ‘성당 땅 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는 3주째 주일에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정 씨는 “처음에는 성역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성역화가 아닌 성당 앞마당이 주차장이 되게 생겼다”며 분개했다. 또 그는 “화장실, 카페 등 편의시실이 다 없어지고, 주차장도 돈을 내고 이용하는 등 신자들이 불편하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 답동성당 신자들이 성당 마당 일부를 인천교구가 매각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정동준)

현재 성당부지 매각 무효 반대 서명에 답동신자만 750여 명이 참여했다. 정 씨는 신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뒤에도 교구나 본당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교구 홈페이지나 본당 주보에서도 관련 공지를 볼 수 없다.

중구청과 인천교구는 이미 2010년 7월 답동성당 일대에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답동성당 성역화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계획은 2013년 말까지 성당 마당과 가톨릭회관 자리에 답동성당 역사공원을 만들어 녹지대, 휴게시설 등 공원과 유물 전시관, 지하 주차시설 등으로 꾸밀 예정이었다.

답동성당 성역화사업이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바뀐 것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사용하는 데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문구를 조정한 것이지 사업취지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애초보다 사업이 늦어진 것은 재원 마련 때문이었으나 올 초 인천시가 재정지원을 결정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사 착수를 기대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사업 내용에 대해 인천교구와 논의를 거쳤고, 인천교구도 부지의 용도에 대해 알고 있다. 지금은 주차장이 없어 신포시장 등에 접근이 불편한 것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답동성당 정귀호 주임신부도 “신포시장과 주변 관광지 조성,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해 협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당 부지 매각을 신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정 신부는 “소홀히 된 점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매각이) 갑자기 이뤄져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 인천 주교좌 답동 성 바오로 성당. ⓒ강한 기자

한편, 인천교구 관리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가톨릭회관 안에 있는 교구부서들은 이전 중인 새 교구청(옛 박문여고 자리)과 답동성당 내 현 교구청사 등으로 옮기고 있다.  

답동성당은 건립 초기 '제물포본당'이라 불렸으며 1889년 7월 1일 설립됐다.

빌렘 신부가 이듬해 지금의 성당 자리인 답동 언덕에 대지 1만 618제곱미터를 사들여 1897년 7월 4일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축성식이 거행됐다.

답동성당은 1000제곱미터 규모로 전면에 3개의 종탑을 갖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전이다. 문화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사적 287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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