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극우파와 연합 선택

(도널드 스나이더)

폴란드 가톨릭교회가 정부와 유착하여 급속히 우경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회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다.

전직 사제로서 바르샤바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스타니슬라프 오비레크는 “가톨릭 교계제도가 뚜렷이 극우 경향을 보이는 것은 교회의 미래에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 정교 연합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했다.

현재 폴란드는 극우 정당인 법과정의당이 2015년에 집권한 뒤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유럽연합이 제재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법과정의당의 카친스키 당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보다는 ‘보수 가톨릭과 전통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로 폴란드를 개혁한다는 정책이다.

그리고 법과정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데에는 교회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한편 오는 7월 25-31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하는 가운데 세계청년대회가 제2 도시인 크라쿠프에서 열리는데, 교황과 폴란드 교회가 서로 대비되는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7월 3일 폴란드 주교들이 발표한 세계청년대회 초청장이 폴란드 전국의 성당에서 낭독되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급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를 돕고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자고 호소하는 한편 수많은 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자고 하고 있지만, 많은 폴란드 신자들은 여기에 무관심하다.

도미니코회 소속의 야로스와프 마코프스키 신부는 폴란드판 <뉴스위크> 5월 31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폴란드 성직자들에 의해 무시되는 것은 아무 비밀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보수적인 폴란드 교회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와 같은 교황들에 더 끌린다면서, “이 두 교황에게는 가톨릭 교리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헌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교리는 나중”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최대 주간지인 <폴리티카>의 기고자인 아담 쇼스트키에비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해 말하지 않는 폴란드인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그를 누군가 낯선 이로 본다. 급진적 해방신학 출신으로.” “그것은 아주 무지한 관점이지만, 그게 이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는 눈이다.”

반면에, 교회와 정부의 연합관계가 강화되면서 극우파의 노골적 정권 장악에 비판적인 폴란드인들은 교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폴란드인들은 또한 교회가 정부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반 낙태법안에도 반대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모든 낙태는 아무런 예외 없이 금지되며 낙태를 하면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교결합 때문에 폴란드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는 위험해지고 있다.

플로크 교구의 피오트르 리베라 주교는 지난 6월에 한 연설에서 서유럽의 세속주의가 다가오는 데 대한 교회의 두려움을 드러내면서, “(그것은) 모든 종교, 모든 문화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다문화주의 좌파 정책이며, 그들이 자라났던, 그리스도교적이고, 그리스도의 정책이 아니다”고 했다.

오비레크는 폴란드 교회가 정부의 민족주의를 수용하는 것을 걱정하면서, “말이 안 나온다. 민족주의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와 어울리지 않는 것인데 주교들이 승인하고 있다”고 했다.

▲ 5월 7일 "전 폴란드 청년회"가 폴란드 스우비체에서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인 것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NCR)

이로부터 폴란드를 휩쓸고 있는 그리스도교 민족주의에 따라 폴란드 전역에는 인종주의 폭력이 조장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한 정통파 유대교인의 허수아비 화형식이 공개적으로 있었고, 여러 이슬람사원에 대한 모독 사건이 있었다. 올 3월에는 “전 폴란드 청년회”로 알려진 한 단체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100만 명이 넘는 이슬람인 난민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그녀의 허수아비 화형식을 했다.

게다가,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크라쿠프 대교구의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추기경은 최근 이 단체의 대표들을 축복해 줬다. 그는 거의 40년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개인비서를 했던 인물이며,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이 되기 전에 크라쿠프 대교구의 대주교였다. 또한 이곳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던 지역이다.

이에 대해 크라쿠프 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이 단체의 (추기경) 방문은 그저 “예방”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4월 16일에는 또 다른 극단주의 단체인 “민족 급진운동”이 동북부에 있는 비알리스토크 시의 대성당에 깃발을 들고 들어갔다. 폴란드의 최대 일간지인 <가제타 비보르차>에 따르면, 이 단체와 함께 올린 미사 중에, 야체크 미에들라르 신부는 반 유대주의 강론을 했다. 그리고 이 단체는 대성당을 떠나 시내 중심부를 향해 행진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이파리들 대신에 시오니스트들이 나무에 매달리리.”

이에 대해 한 교회관계자는 사과하면서 “민족주의는 비알리스토크 교회에 이방인”이라고 했다.

쇼스트키에비치는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에 거리감을 느끼는 폴란드인이 많으며, 특히 법과정의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신자로 남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있는데 교회는 법과정의당이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윤리적 판단을 제대로 할 과제를 안고 있지만 사제와 주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스나이더는 <NBC>에 27년간 뉴스 PD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기고가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vatican/upcoming-visit-highlights-contrast-between-francis-and-polands-hier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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