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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한 줄기 빛처럼[농민주일 기획 2] 부산교구 우리농 남산생협 이야기

부산교구 우리농 남산생협.

남산성당 신자들과 지역 주민 600여 명이 출자한 생활협동조합이다.

1994년 시작된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함께 출발한 남산생협은 1995년 6월 남산성당 신자 420명이 “농촌을 살리자”는 뜻 하나로 출자금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그 뒤로 20여 년, 마을의 좋은 먹을거리 공급소, 사랑방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은 신자와 지역주민이 50퍼센트씩 조합원을 구성한다.

봉사자도 없고, 생활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던 시절, 두부 한 모, 콩나물 한 봉지도 배달하고, 끊임없이 교육하면서 20년을 이어 온 남산생협은 현재 남산 본당과 지역을 잇고, 농촌과 도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이익금은 조합원 배당금, 본당과 농촌 지원과 기부 등으로 골고루 환원하지만, 가장 최우선 순위는 늘 농민과 농촌이다.

지역의 먹을거리를 책임 지고, 농촌을 살리며, 생명운동을 통한 전교까지 꿈꾸는 남산생협의 한가운데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사람에 집중하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 생협에 들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해요. 카드결제, 택배나 배달도 안 되는데, 이사를 가도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들, 제품이 조금 실하지 않아도, 찾는 물건이 없어도 감수하고 기다려 주는 이들이 우리의 보물입니다.”

초기부터 생협 봉사자로 활동한 김주희 씨는 남산생협이 이처럼 오래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농촌을 살리자”는 뜻에 공감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파스를 붙여 가며 물건을 팔아도 좋다”는 그는, 가장 보람된 순간 중 하나가 “농산물을 다 팔지 못했을 때, 성당 신부님을 비롯한 신자들, 조합원들이 온 마음으로 함께 나서서 모두 팔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생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물론 ‘농민’이다. “생협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도 농민이며, 생협 운영의 가장 큰 공로도 농민에게 있다”는 그는, “유기농에 따르는 어려움을 지금까지 이겨 가며, 첫 마음을 지키는 농민들에 비하면, 우리는 그저 중간 이음새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김주희 씨가 고마워하는 이들은 바로 조합원 그리고 생협을 찾는 고객들이다. 남산생협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말이 들어맞을 만큼 늘 사람을 끌어들인다.

남산생협 1호 고객으로 20년간 이용해 온 김관옥 씨(루치아)는 “생협이 지향하는 농촌살리기에도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찾아오게 된다”면서, “제철에만 먹을 수 있어서, 빨리 상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그래서 기다린다. 이제는 모든 생활이 우리농산물에 맞춰져 있다. 삶의 동반자 같다”고 말한다.

또 생협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영희 씨(카타리나)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먹을거리에 민감했고 18년 전부터 우리농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그는, “우리농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우리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비단 건강을 위한 먹을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농민들을 만나고 스스로 텃밭을 가꾸면서, 농민들과 공감하고 농사를 통한 생명의 섭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부산교구 우리농본부와 남산생협 가족들. ⓒ정현진 기자

취재 중 두부 한 모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른 한 주민은, “이 곳의 모든 것은 믿을 수 있다”며, 카드결제가 안 되는 것이나, 제철 농산물만 살 수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얼마 전 장마 때 출하된 블루베리가 상품성이 떨어져 본부에서는 반품하라고 했다. 하지만 남산생협은 반품하지 않고 모두 팔았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춘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사정을 하고 이해시킨 것이다. 이 블루베리를 누가 어떻게 농사지었고, 왜 상품성이 떨어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하자, 손님들은 두말 않고 가져갔다.

김주희 씨는, “우리 생협에서 물건만 팔고자 했다면 이렇게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이야기와 삶을 함께 나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의 이야기와 그들이 농사지은 우리농산물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농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절실함”이라고 말했다.

“이 좋은 게 와 다른 본당에 안 생기는지 의문입니다”

신영희 씨와 김관옥 씨는 우리농산물을 먹으면서 병원에도 갈 필요가 없을 만큼 건강해졌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우리농산물을 먹어 건강해지고, 지금 앓고 있는 농촌도 그 덕에 건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발 우리 농산물 좀 사주이소”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우리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매장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영희 이사장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농촌을 살리는 데 정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농촌을 살리는 큰힘이라면서, “아직도 ‘우리농’만 믿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비자들 각자가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더 많이 사먹음으로써 농민을 살리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산본당 사목회장 장두채 씨(루카)는 “우리농운동이나 매장 운영이 어렵다고 하던데.... 왜 다 잘 되지 않을까 이상하다”며, “우리농은 이 자체로 중요하다. 농민도 살리고 도시와 농촌이 다 같이 살기 위한 운동이 다른 본당에서도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산생협이 잘 되는 이유도 먹을거리와 사람에 대한 신뢰 때문이며, 시중보다 비싸더라도 그것은 믿음의 값이라고 본다”며, “우리 생협이나 우리농운동이 생명의 먹을거리를 통한 복음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한 곳에서 등불 하나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빛 한 줄기는 큰 희망이 됩니다. 우리 생협도 그런 빛 한 줄기가 되고 싶어요.”

김주희 씨가 말하는 남산생협의 꿈이다. 구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농촌 지원을 계속 하는 것 그리고 내년부터 시작할 농촌 장학사업을 꼽았다. 또 현재 부산교구 우리농본부의 열악한 물류센터 형편을 걱정하면서, “소비자들이 늘고 이익이 늘어난다면, 부산교구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데에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 활동가들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몇 명이라도 소명 의식을 갖고 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면 분명 희망이 있다”며, “잘 하지는 못해도 오래 하는 것,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면 분명히 세상에 좋은 결과를 내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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