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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 지킴이, 해 주실 거죠?[농민주일 기획 1] 우리쌀 지키는 힘은 소비자로부터....

쌀값이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산지 쌀값은 7월 현재 한 가마인 80킬로그램에 14만 2900원이다. 이 가격은 올해 1월 14만 6560원보다 낮아졌으며, 지난해 같은 시기 15만 9308원에 비하면 약 10퍼센트가 낮다.

농민들이 생산비라도 보장하기 위한 쌀값 23만 원을 요구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러나 쌀값은 오르기는커녕 17만 원이던 2012년보다 약 17퍼센트 떨어졌다. “쌀값이 개사료값보다 못하다”는 절규의 이유다.

“우리쌀 좀 사 주세요. 하도 쌀이 안 팔리니까 농민들이 스스로 쌀값을 내리겠대요.”

최근 한 교회 행사 자리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담당 사제가 호소했다. 우리농운동이 교회에서 시작된 운동임에도, 교회 안을 통한 가톨릭농민회 농산물 소비량은 2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나머지 80퍼센트는 생협이나 농협 등 다른 판로를 통해 더 낮은 가격으로 팔려 나간다는 말이다.

쌀 소비율 저하, 쌀값 하락, 밥쌀용 쌀 수입 등으로 쌀농사 보장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해부터 쌀 수매에 나서는 한편, 기존에 벌여 오던 쌀지킴이운동 확산에 나섰다.

가톨릭농민회와 전국 도시생활공동체협의회로 구성된 도농협력모임은 지난해 “쌀 생산비를 보장함으로써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농토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80킬로그램 당 16만 8000원으로 수매가를 동결하고,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분회에서 생산한 쌀 1100톤을 수매했다. 이렇게 수매한 쌀은 학교급식과 우리농 매장 등을 통해 출하됐다.

이와 함께 우리농은 ‘생명농 우리쌀 지킴이’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쌀 지킴이 회원이 되어, 일정 기간 먹을 쌀값을 미리 내면, 농민들은 회원들에게 원하는 시기, 원하는 양만큼 도정해 별도의 비용 없이 배송한다. 현재 80킬로그램에 24만 원으로 미리 약정한 쌀값은 그만큼 농민들의 생계와 생활, 그리고 다음 농사를 보장해 준다.

현재 우리쌀 지킴이 운동에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부산교구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 회원들의 "쌀 지킴이 선언" (사진 제공 =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쌀소비 운동.... 단 한 명이 중요하다”

부산교구 우리농 도시생활공동체 이성남 회장은, “현재 부산교구 우리농 쌀 수매량은 지난해 100톤에서 140톤으로 늘었고, 이는 분회 총 생산량의 70퍼센트”라면서, “가톨릭농민회 쌀을 공동구매한 분량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서 소비한 양이 100톤이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교구 생산분회 생산량의 100퍼센트 소비를 목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쌀 수매가를 동결하는 대신, 마진을 줄이거나 거의 없애고 있지만,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아직 쌀지킴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많이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미리 쌀 구입을 약정하고 농민으로부터 직접 받아 먹는 직거래는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지만, 지난해부터 우리쌀 지킴이 운동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리쌀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것은, 우리가 만나는 농민들이 어떤 방식과 철학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그들의 절박함을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절박함 외에 또 하나의 동력이 있다면 그것은 가톨릭농민회 생산물에 대한 자부심이다.

“부산교구 언양분회의 쌀은 무농약 생산으로 ‘자주인증’을 받고 있어요. 자주인증이 중요한 것은 유기농에 대한 시중의 기준이 아니라, 자체 기준에 따라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부산교구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요. 그리고 자주인증은 농민 한 분 한 분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모르면 줄 수 없는 인증이죠.”

   
▲ 우리농 생명쌀. (사진 제공 =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십수 년 전 본당에서 그저 어떤 역할로 우리농 활동가를 맡았을 때만 해도, “우리농은 장사”라고 생각하며 폄하했었지만 지금은 우리농 활동이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됐다는 그도 처음부터 우리쌀 지킴이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보내 준 쌀을 먹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우리쌀을 먹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먹으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인들을 통해 ‘가볍게’ 홍보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첫 시도에 며칠간 7명이 신청했다.

그때, 이 회장은 “어려운 일이어서 안 된 게 아니라, 우리가 하지 않고 있었구나”라고 깨달았다.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각성은, 부산교구 쌀지킴이 운동을 다른 교구나 전국 활동가 모임에서 소개할 정도로 전과 다른 에너지를 갖게 했다.

“우리쌀과 우리 농촌 살리는 일.... 교구, 활동가, 실무자의 삼위일체 필요”

이성남 회장은 부산교구가 우리쌀 지킴이 운동을 활발히 벌일 수 있는 데는, 실무자를 비롯한 활동가와 농민, 그리고 사제단이 협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사람이라도 오래 회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별적인 관심을 쏟고 관리하는 실무자들이 큰힘이라고 한다. 그는, “이 운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면서, “단 한 명이라도 우리쌀을 먹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주변에 알리고 또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농운동.... 세상의 눈으로 보면 진작 망했어야 할 일. 그러나....”

이성남 회장은 우리농운동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결코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쌀수매가를 높이고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부터, 장사가 아니라 ‘운동’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류시스템이나 창고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사람의 손과 노동력에 의존해요. 물품이 배송되면 사람이 직접 실어 나르고, 창고가 비좁아 일부는 차량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손실되는 상품들이 많아져요. 농산물이다 보니 썩거나 상하는 일도 다반사죠. 하지만 그렇다고 편리함을 추구할 수는 없어요. 대신 더 많이 감수하는 거죠.”

그는, 제품 포장이나 유통방식이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요구은 늘 있지만, “그러나 시스템을 고쳐 해결할 일이 아니라 활동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더 많이 감수하고 불편함으로써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합리성, 효율성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함정에 빠지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우리농은 기업이나 사업체가 아니라 운동이다. 현실적인 한계를 많이 느끼지만 그럼에도 합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이대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 우리농 도시생공 이성남 회장. ⓒ정현진 기자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축복과 같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한 가지는 ‘만남’ 그리고 ‘관계’다. 앞서 “농민들이 어떻게 농사짓는지 안다는 것”에 대해 언급했던 그는,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 만나고 만나지 않은 것 사이에서 농민과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깊이가 상당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농민들과 관계 맺음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이성남 회장뿐만이 아니다. 부산교구 우리농 김정희 사무국장 역시, “우리농은 식구”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공동체와 도시생활공동체, 교구 우리농본부 활동의 한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한해 연봉처럼 받는 1년 쌀 수매가는 많게는 1000만 원대도 있지만 300만 원, 500만 원일 때도 있다. 그 작은 금액을 행복하게 받아드는 농민의 뒷모습을 보며 “울컥하기도 한다”는 김 사무국장은, “절실함은 농민을 만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수매한 쌀을 다 팔아야만 한다는 절실함은 그들의 삶을 직접 만나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부산교구 우리농 김인한 신부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농 운동에서 만남과 관계가 중요한 만큼, 현재 우리농운동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를 “관계성 상실”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 우리농운동의 정신을 나누는 것, 교회가 시작한 운동에 대한 내부의 적극적 지지 그리고 형제애가 필요하다”면서, “농민이나 우리농 활동가, 관계자들을 형제로 생각하고 관계성 상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각 교구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최근 우리농운동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영성화가 부족하다. 생명운동 차원에서 집중할 방법을 찾는 것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운동 방향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실무자들의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성남 회장은 “우리농이나 다른 운동도 결국은 관계”라면서, “농민과 우리가 만나 서로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 더없이 고맙다. 힘들지만 축복같다. 우리농 활동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농민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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