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처럼, 끝까지 철회 이끌어 낼 것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최종 결정하면서, 탈핵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6월 23일 열린 ‘제57회 원자력 안전위원회’에서 원안위는 7대 2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찬성표를 던진 위원은 나성호, 정재준, 조성경, 최재붕, 김광암, 최종배, 김용환 등 7명이다.

위원회 과정을 지켜본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준한 신부는, “원안위가 과학적 검토를 중시하지만, 핵발전 문제가 과연 과학적 차원의 논의만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며, “원안위 스스로도 어느 지점에서는 정무의 차원으로 논의를 중단한다. 이것은 스스로도 핵문제를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논의할 뿐이라는 원안위 입장은 핵발전에 있어 더 많은 주체와 시민들의 의견이 결합된 민주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며 “신고리 5,6호기 승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제도적 개선과 함께, 승인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는, 이번 원안위 결정에 대해, “악마적이고 다음 세대에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국회에서 법을 바꿔서라도 막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50년 뒤, 영남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고, 다음 세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탈핵교수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원영 교수(수원대)는 “정부가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의 전력 소비 예측 자체가 허구고, 자연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의 경우 비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가까운 미래 예측조차 무시하고 핵발전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원안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정부, 행정부를 대표하는 원안위가 결정권을 갖는 것 자체가 기형적”이라면서, “외국은 의회, 심지어 사법부가 심사를 하면서 견제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안위에 대한 의회 감시 기능조차 없다”며, 이런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원안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 한수원과 토건업자들의 앞잡이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안전을 생각해야 할 기관이라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처해야 하는데도, 모든 것이 안전하다면서 통과시키는 것은 합법적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원안위 결정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는 물론, 더민주당 부산시당과 녹색당 등 정당도 허가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한국의 핵발전소 현황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부산, 울산.... 세계 최고 핵발전소 밀집지역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준공되는 신고리 5,6호기는 1400메가와트 급으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되며, 비용은 총 8조 6245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인 부산과 울산에는 16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며,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면 한국은 핵발전소 30기를 갖게 된다. 그 뒤로도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23일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 심사 결과에 대해, 부지안전성, 다수호기 안전성, 중대사고 대처설비, 예비해체계획, 사용후 핵연료 저장, 기기 냉각수 계통, 핵발전소 구조물 건전성 등 주요 상황 검토 결과에 대해 “2012년 9월부터 43개월간 심사한 결과,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허가 기준에 만족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될 지역의 활성단층 문제, 여러 기의 핵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의 위험성 검토 누락,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 위반, 방사성물질 다량 방출 사고에 대한 시나리오 생략, 중대사고 대처 부실 등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활성단층 문제는 부산과 울산, 경주에 걸친 지역에 16개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 일대에는 60여 개 이상의 활성단층이 있어 큰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것이다. 또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 위반은, 현행 법규가 아닌 자의적 평가로 핵발전소 제한거리를 대폭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기준으로 삼는 미국 NRC기준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최소 인구 2만 5000명인 지역으로부터 32-34킬로미터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법 근거도 없이 제한거리를 4킬로미터로 정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인근에도 핵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핵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의 문제점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개별 원전의 안전성은 평가했지만, 10기의 핵발전소가 동시 가동할 때,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1기의 사고가 연달아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검토를 운영허가까지 미뤘다. 원안위는 다수호기 운영 평가 방법이 개발 중이라면서도, 핵발전소 건설과 평가 방법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하,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가장 참담했던 것은, 신고리에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났을 경우, 그 피해가 30-40배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 검증단장이 “단순히 감성적 수치”라고 반응한 것이라면서, “밀양 주민들을 비롯해 핵발전소와 송전탑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무시하는 것은 이들을 전기고문 하는 것과 같다. 시민들의 탈핵 의식이 형성되도록 지역에서 문제를 알려내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최원형 소장은, 오스트리아의 즈벤텐도르프, 타이완에서 90퍼센트 이상 핵발전소 공정이 끝났음에도 시민들의 반대로 중단된 사례가 있다면서, “이번 결과로 오히려 범국민적 이슈를 만들고, 원안위와 정부의 무원칙, 비민주적 태도를 알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각 종교가 갖는 인프라, 해당 지역 종교 단체들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분노와 비판을 넘어 현장에 참여하고, 지역 주민들을 일깨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시민 당사자들의 역할이고, 그것을 위해 종교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김준한 신부도, 먼저 원안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하며, 핵문제가 핵공학 전문가들의 차원에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면서, “교회 내 탈핵천주교연대를 중심으로 외부 활동뿐만 아니라 내부 교육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개별 단체와 단위에서 많은 교육 활동이 이뤄지므로 이들의 힘을 모으면 큰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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