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농민회 등, '백남기 밀' 보존한다

백남기 농민이 마지막으로 뿌린 밀이 수확됐다. 수확된 밀은 앞으로 '백남기 밀 보존사업' 기금 마련에 쓰이고, 백남기 농민의 밀밭 재배도 계속 이어진다.   

6월 13일, 백남기 농민의 후배들과 보성군농민회는 8000여 평방미터의 밀밭에서 약 2톤의 밀을 수확했다. 자라는 내내 돌봄을 받지 못해 밀 수확량은 예년의 절반 정도였다.

이날 밀을 함께 수확한 보성군농민회와 우리밀살리기운동 광주전남본부 최강은 본부장은 수확된 밀에 ‘백남기 우리밀’, 밀밭은 ‘백남기 우리밀밭’으로 이름 짓고 계속 밀을 재배하기로 결정했다. 또 종자를 제외한 밀은 밀가루, 면류 등으로 가공, 판매해 (가칭)‘백남기 밀 보존사업’ 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수확된 백남기 농민의 밀은 현재 상품으로 가공돼 우리밀식품(주)에서 냉면과 쫄면, 수제비, 통밀가루로 구성된 세트 제품을 1000개에 한정해 팔고 있다. 제품 가격에는 1만 원의 우리밀 보존사업 후원비가 포함돼 있다.

1989년 백남기 농민이 밀을 처음 재배할 당시, 팔 곳이 없어 자신이 전량수매를 했다는 최강은 본부장은, 마지막 밀도 자신이 모두 수매하게 됐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백남기 형님이 지난해 밀을 뿌리면서 형수님이 기계를 쓰라는데도, 굳이 손으로 파종을 했다더라”며, “지나고 보니, 일이 이렇게 될 거였나 싶다. 그렇게 형님의 혼이 깃든 밭이라서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도 보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밀 수확을 꼭 한 달 앞둔 5월 14일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의 밀밭을 찾았다. ⓒ정현진 기자

백남기 농민은 가톨릭농민회 광주전남연합회장이던 1989년부터 보성군에서 밀을 첫 번째로 재배하기 시작해 27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밀농사를 지어 왔다. 1994년에는 광주전남 지역에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고 첫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종자를 얻어 어렵게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밀 값은 40킬로그램에 4만 원 남짓,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으로 이어온 농사였다.

현재 전국의 우리밀 수확량은 약 4만 톤. 매년 수입되는 밀이 400만 톤이고, 이 가운데 200만 톤이 식용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밀 자급률은 2퍼센트에 그친다. 우리밀은 정부에서 수매하지 않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우리밀농업협동조합 등에서 전량 수매해 왔다.

최강은 본부장은 “정부에서 한번 손을 놓은 품목은 농민 개인이나 단체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급률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면서, “우리밀 가공상품 품질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여전히 조금 비싸지만, 건강한 제품이라는 것을 믿고, 소비자들이 우리밀을 많이 찾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