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 생계, 비용으로만 볼 수 없어

대구가톨릭대학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청소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결정해, 청소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구가대는 재정 문제를 이유로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 시급을 반영하는 대신, 인원 감축으로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은 방학 중 근무 시간 단축과 정년 퇴직으로 줄어드는 인원을 보충하지 않겠다고 용역 업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시간 단축은 급여 삭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조가 거부했고,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대신 인원 감축은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약 126만 원. 각종 공제를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만약 학교가 제시한 대로 방학 중 업무를 2시간 단축하면,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구가대 청소노동자는 2015년 계약 당시 90여 명이었지만, 현재 정년 퇴직으로 85명이 남은 상태다. 청소노동자들 입장에서 현재 인원 감축보다 심각한 것은, 2019년까지 23명이 정년 퇴직을 하지만, 이에 대한 인원 보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가대 시설관리지회 최광옥 지회장은, “담당하고 있는 건물 규모나 범위에 따라 인원 수가 다르지만, 현재까지 인원 감축만으로도 노조원들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일의 강도를 높여서 감당하지 못하면 나가라는 의도인지를 의심할 정도”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청소노동자들 대부분이 50-60대인데, “정년퇴직까지 몸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전경. (사진 출처 = 대구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

현재 대구가대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원 감축과 미충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대구일반노조 이승민 위원장은, 지방 사립대학 특성 상,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이 어려울 수 있고, 청소노동자뿐 아니라 다른 교직원들의 임금도 동결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최저 임금을 받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비용만으로 따져, 감원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대구가대가 있는 경산 인근 지역 5개 대학은 2013년, 일하는 도중에 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협의를 맺었지만, 퇴직자 대신 충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인원 감축을 하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이 현재 용역업체와 계약기간이 끝난 뒤, 인원을 줄여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방법이 없다면서, “청소노동자 개인당 적정 면적을 정하고 이에 따라 채용하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가대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는 대학 자체 재정 문제와 정부의 정책이 맞물려 있다. 대구가대 관계자는, 8년째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요구하는 전임교원 확보율과 장학금 지급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사립대학은 재정 가운데 등록금 비중이 70퍼센트 안팎인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으로 줄이는 비용이 1-2억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인건비나 광고, 홍보비 등 전반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노조가 요구하는 인원 충원과 미충원 계획 철회를 두고, 학교 측과 노조는 오는 6월 27일 만나 재협상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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