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프란치스꼬의 집, 장기요양보험기관 포기

한 수도회가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장기요양기관을 닫기로 했다. 정부의 돈을 받으면서 수도회의 정신을 지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남 진주에 있는 노인요양원 프란치스꼬의 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프란치스꼬의 집 원장 박준영 수사는 “원래 수도회가 생각했던 복지 마인드와 다르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65살 이상, 치매같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65살 미만 환자에게 제공되며, 판정 기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지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박 수사는 2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양로원을 시작한 것은 소외된 어르신을 모시기 위해서”라며, 장기요양보험제도로 보편적 복지는 되지만, 정말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을 돌보기 어렵다고 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1963년 경남 진주시 칠암동에 가난한 노인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1993년 진주시 하대2동으로 옮기면서 노인요양시설이 됐다. 작은형제회의 재단법인 프란치스꼬회가 운영한다.

또 그는 “프란치스꼬의 집이 몸통이라면 노인과 직원이 양 날개인데, 직원에 대한 복지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장기요양기관을 하기 전, 프란치스꼬의 집 직원들은 매주 수요일에 함께 운동하고,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남아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부활절 다음날엔 엠마오, 가을엔 산행을 갔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런 직원을 위한 행사는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해 열기 어려워진 것이다.

▲ 노인요양원 프란치스꼬의 집 (사진 출처 = 프란치스꼬의 집 홈페이지)

이런 고민은 프란치스꼬의 집만이 아니다. 용인과 성남 등에서 장기요양시설을 운영 중인 인보성체수도회도 장기요양보험이 아닌 무료 양로원으로 전환하려고 수도회 안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인보성체수도회 총봉사자 김주희 수녀는 2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통화에서 “서류로 평가를 받으니,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대하는 등의 보이지 않는 면보다 서류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또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비껴간 노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도권 안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무료 양로원으로 전환하면 후원금과 생활보호대상 지원금으로 유지해야 한다. 시설의 프로그램 등 물리적 여건은 지금보다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수녀는 관점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 발달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피폐하게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을 존중하고 정성으로 대하는 것은 나아질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질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치스꼬의 집은 다가오는 6월 1일자로 장기요양기관 업무를 정지한다. 지난해 3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본부의 현지조사를 받고, 인력 배치 기준을 위반했다고 진주시로부터 영업정지 82일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수도회 관구회의에서 이미 장기요양기관을 접고 원래의 노인복지로 방향을 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 행정 처분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박준영 수사는 장기요양기관이 되면서 인력 배치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 일만 해야 하는 등 융통성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행정 처분에 대해 “좋은 일을 하면서 부끄러운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박 수사는 인력 기준 위반으로 부당 청구를 했다는 것에 (요양원은) 비영리재단이라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아무도 부당 이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오히려 재단에서 (요양원에) 많은 돈을 지원하는데, 칭찬은 못해도 욕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억울해 했다.

장기요양기관은 반납을 결정했지만, 요양원의 미래에 대해서는 박 수사도 장담을 하지 못했다.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질 수도 있으나 당분간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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