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리, 교리교육에 넣어야

"나이가 어리다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시급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상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진행하는 ‘가톨릭청소년 노동권리교육 숨’이 열리는 이문동 성당. 강의에 참여한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은 특유의 장난기와 엉뚱함을 발휘하면서도 강사의 질문에 따라 눈을 반짝인다.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되는 교육 가운데, 5월 8일 있었던 세 번째는 임금 차별, 노동 현장의 성차별 상황을 묘사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조별 토론으로 제시하는 시간이다.

4-5명이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전지에 담는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장은 119, 성희롱 상사는 112에 신고 한다”는 다소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답도 나와 웃음을 자아냈지만, 노동부에 신고하고,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진지하고 결연한 답도 있다. 또 노동자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하고, 노동자는 물론 고용주도 노동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서울대교구 노사위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가톨릭청소년 노동권리교육 ‘숨’은 현재까지 교회에서 유일한 청소년 대상 노동교육 프로그램이다.

노사위는 현재 우리나라 각박한 경제상황은 성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 중에 부당한 노동과 임금 체불, 폭력과 성추행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에 따라 노사위는 삶의 좋은 밑거름에 되어야 할 청소년기 노동 경험이 부정적 체험으로 애워진다면 부당한 노동 조건과 불의한 사회 현상들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사회환경 안에서 청소년들이 인권과 더불어 꼭 알아야 할 노동의 권리를 실제 사례와 그룹 작업을 통해 쉽고 재밌게 알려 줌으로써, 청소년들이 스스로 노동의 권리를 찾고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 5월 8일, 이문동 성당 주일학교 학생들이 '가톨릭청소년 노동권리교육'에 참가해 상황별 발표를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프로그램 이름 ‘숨’은 지식을 위주로 주입식 교육을 받는 교육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알고 더 온전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숨’을 불어 넣고자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만 13-24살 청소년 중 약 31퍼센트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최근 서울대교구 노사위가 지역 내 중고등부 주일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1818명 가운데 151명(약 8퍼센트)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2015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르바이트 피해 관련 민원 2267건을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 피해 민원 중 가장 많은 것이 임금 체불(68.4퍼센트), 최저임금 위반(11.1퍼센트), 폭행ㆍ폭언, 성희롱 등 부당대우(8.3퍼센트), 부당해고(5.2퍼센트)다. 2015년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사업장의 약 30퍼센트가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의 청소년노동권리교육은 고척동 성당을 시작으로 현재 이문동 성당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5월 중순부터 중앙동, 방이동, 석관동, 길음동 성당에서 교육이 이어진다. 

본당별 강의는 4주 과정으로, 1주차는 노동의 개념과 가치에 대해 듣고 나누며, 2주차는 노동과 돈의 관계, 3주차는 노동환경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극복 방법, 그리고 마지막 4주차에는 아르바이트(알바)를 할 때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룬다.

이날 이문동 성당에서 강의를 들은 노현우 군(마태오, 고등부주일학교)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처음에는 노동권리교육에 큰 의미를 찾지 못했지만 들으면서 알지 못했던 현실을 알게 됐다”며,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없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이들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중등부 주일학교 교감인 장정현 교사(데레사)는 청소년국 교감단 연수 때 프로그램을 알게 돼, 교사들과 논의해 신청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 이슈라 반응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반응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고, 학생들이 노동자, 노동자의 권리라는 단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면 현재로서는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 내 노동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굉장히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하면서, “신앙인들이 사회 안에서도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특히 한국사회가 권리를 지키기 어려운 사회인 만큼, 세상에서 올바른 길을 마련하는 것이 교회의 몫이라면 마땅히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울대교구 노사위가 청소년노동권리교육을 통해 시작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노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갑자기 일찍 퇴근하라는 사주, 어떻게 하죠? 대응 방법을 찾아 조별 토론을 하는 학생들. ⓒ정현진 기자

지난 노동절을 맞아 서울대교구 노사위가 조사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에서도 교회 내 청소년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노동’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힘듦, 노력, 성실”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노동자’에 해당하는 직업군은 “경비원, 마트 계산원, 농부, 버스 기사” 등을 들었다.

서울대교구 노사위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지난 노동절을 맞아 청소년 노동 실태 조사를 통해 교회 내 청소년들도 노동에 대해 상당히 좁은 노동관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이 교육은 교회가 가르치는 노동에 대한 기본 입장과 노동은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며, 실존적으로도 중요하다는 것을 공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권리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선미 씨(로사리아, 서울대교구 노사위)와 김애경 씨(루시아, 서울대교구 노사위)는 교회 안에서 노동에 대한 교육이 개별적이고 특별하게 이뤄질 것이 아니라, 교리교육이나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에서부터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선미 씨는, “노동사목이 우선적으로 교육에 나섰지만, 교리교육 안에서 전반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톨릭 신자들이 노동 문제가 앞으로 닥칠 자신의 문제임을 알고, 하느님의 눈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의 제안자이기도 한 김애경 씨는, “맡고 있는 어린이사도직 참여자들을 통해 청소년 알바 현실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법이나 제도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얼마든지 나오지만,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은 신앙인 모두의 가치관과 믿음의 문제”라면서, “왜곡된 노동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노동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청소년들과 노동권리교육을 통해 만나는 것이 “기쁘다”면서, “이 교육은 노동사목만의 몫은 아니다. 씨앗을 뿌렸지만, 교회 내 모든 기관 그리고 학교 정규교육을 통해 할 수 있는 몫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용 신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노동교육이 노사위나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교사 양성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청소년국을 비롯한 타 부서와 연계할 예정이라면서,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도 강사 양성을 준비하고 있고, 교육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본당 청소년들에게 노동에 관련된 사회교리, 노동인권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도록 보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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