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2주기 추모미사 봉헌

"우리는 어느새 또 다른 사건과 일상에 빠져 세월호를 점점 잊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고민할 일이 넘쳐도 우리 사회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소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는 4월 16일 광주대교구가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애초 미사는 팽목항에서 봉헌될 예정이었지만, 폭우와 강풍으로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봉헌됐으며,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단과 신자와 수도자 300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가 봉헌된 진도실내체육관은 참사 직후부터 219일간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렀던 현장이다.

“진상 규명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관계자들의 태도를 보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지만 그 눈물이 진짜 눈물이었는지, 악어의 눈물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참으로 가슴 답답하고 부끄럽습니다. 진상 규명을 바란다는 우리 또한, 정부의 처사만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있는 것을 되짚어 보면,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광주대교구가 4월 16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 집전과 강론을 맡은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참사 뒤 2년, 732일째 바뀌지 않는 상황을 살고 있는 현실을 짚으며, “아직도 세월호 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고,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세월호참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까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진상 규명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뜻만 있다면 일주일 만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교회와 신자들에게 “돈과 권력의 우상 앞에 우리가 얼마나 나약했고, 무사안일 했는지 성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울고, 분노하고, 진실을 찾을 때까지 함께 행동할 것을 당부하고, “미수습자를 찾고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와 희망, 복지, 정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4월 13일 총선 결과도 언급하면서, “선출된 의원들이 세월호 인양과 진실규명에서 민의를 찾기 바란다”며, “미흡한 특별법 재개정, 진상조사 본격실시, 특검 등을 통해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안전한 사회에서 사는 터전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20대 총선 당선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그레고리오), 국민의당 정동영(다윗), 김경진(그레고리오), 정의당 윤소하(암브로시오)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2주기인 16일,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추진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이날 미사에는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참석해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처음에는 딸이 꼭 살아 있을 거라고 믿고 주검으로 올라온 아이들을 만나는 부모들을 불쌍하게 생각했습니다. 3일이 지나고는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5일이 지나고는 제발 얼굴만 보게 해 달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찾아만 달라고 무릎을 꿇는 부모가 되어, 732일째 살고 있습니다. 못 찾을까 봐 무섭고 두렵습니다.”

이날 미사에는 미수습자 9명 중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참석해 세월호참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미사 내내 체육관에서 딸을 기다리던 시간이 생각난 듯 흐느끼던 이금희 씨는, 미수습자가 온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미수습자 수습은 인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양은 정부가 마땅히, 당연히,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되어야 진실을 규명할 수 있으며, 유가족은 물론 살아 돌아온 은화의 친구, 형제자매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교회의 몫

이날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2년째 되지 않았다는 것,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참사를 기억하는 교회의 몫은 잊지 않는 것과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희 씨(가브리엘, 원동 성당)는 “추모 팔찌나 배지를 보면서 이미 끝난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이들을 보면 굉장히 답답하고 화가 난다”면서,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수많은 의혹이 묻혀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처음 추모관을 찾았을 때, 자신의 이름과 같은 희생자 영정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과 같았다”는 그는, “이제 잊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지만, 나 스스로도 조금씩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신자와 교회의 몫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라며, “세월호참사가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인양을 하고 미수습자들이 돌아와도 가족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 어린 학생들을 바다에 수장시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귀주 씨(요한 사도, 풍암2 성당)는 지난 2년간 “눈물을 흘리면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세상, 국민들을 속이고 거짓을 말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우리는 무엇이 사람사는 세상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문제, 사회적 병폐, 재난 사고 등을 겪으면서 언론까지도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면서,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나누는 교회라면, 거짓을 말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날 미사에는 김희중 대주교와 사제단, 교구 각 본당 신자, 수도자 30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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