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성인의 교육권 보장과 차별 철폐를 위해

두 발로 다니는 새들은 모른다
네 발 짐승의 아픔을… 
나풀나풀 아름답게 날고 있는 나비는 모른다
거미의 슬픔을…

이슬이 마르지 않는다
은하수를 바라보는 불가사리의 고독
외쳐보지만 또 외쳐보지만
들리지 않는 메아리… 
내 눈과 귀와 입을 막는다

저 높은 하늘을 나는 새는 모른다
아름답게 춤추는 나비는 모른다
가느다란 줄에 생명의 끈을 잇고 있는
거미의 힘겨움을…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의 학생인 안명훈(31) 씨의 시다. 그는 야학에서 "선생님이랑 농담 따먹기 하면서 공부하는 게 재밌지만, 어릴 때 배우지 못하고 지금 배우고 있는 게 서글프기도 하다"며 자신의 심정을 밝힌다. 민들레야학의 자립생활팀장인 문상민 씨는 "장애성인의 45.2%가 초등학교 이하 학력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장애성인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장애성인들이 겪고 있는 억압과 소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민들레야학을 세웠다고 말했다.

▲ 민들레야학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왼쪽이 선생님, 오른쪽 두 사람이 학생이다.

문 씨는 처음 장애인야학을 세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공간 마련을 위해 노점을 하며 돈을 모았지만, 장애인 단체에게 공간을 내주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힘들게 찾은 공간도 임대료를 못 내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휠체어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공간도 넓어야 하고 장애인 화장실 시설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 씨는 "부족하지만 올해부터 인천교육청에서 2천만원의 공식지원을 받기로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민들레야학에서는 저녁에 정규수업이 이뤄지고, 낮에는 특별활동이 있다. 정규수업은 한글과 셈을 가르치는 문해교육과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수업이 있다. 특별활동에는 컴퓨터, 노래, 클레이아트, 연극, 미술, 보치아(장애인올림픽 종목), 미디어교실 등의 활동이 있다.

▲ 선진국은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부터 장애인시설이 확보됐다고 말하는 문상민 씨
문 씨는 "다른 장애인야학과 달리 민들레야학은 장애인의 권리를 찾는 운동을 중심에 두고 세워졌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교장이 장애를 가진 학생을 안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4년 간의 싸움 끝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고 나서부터 해당 학교에서 장애인을 받지 않으면 처벌되고, 법적으로 학교에서 장애인 시설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해서 장애인이 수용시설에서 나와 사회에서 이웃주민과 함께 당당히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부부가 체험홈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물어본 것이 "외출이 가능한가?"였다고 한다. 문 씨는 "시설에서는 장애인이 '일반인'의 통제대상으로서 주체가 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자립생활센터에서는 자립생활체험홈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체험홈은 3곳이 있다. 문 씨는 "자립하기 위해 시설에서 나온 친구들은 당장 집이 없고, 시설에서 갇혀지내기만 한 경우 사회 생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체험홈에서 자립을 위한 연습을 한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중요하다.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장애인에게 활동을 보조해주는 활동보조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중증장애인 한 사람이 한달에 최대한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은 180시간으로 하루 세 시간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문 씨는 "이 정도로는 자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천같은 경우는 투쟁을 통해 시특례로 100시간 정도를 더 받게 됐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경제문제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문 씨는 "독일에서는 16인 이상 사업장은 중증장애인을 포함해 5%의 장애인을 의무 고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도 세다"며 한국은 기준이 이에 훨씬 못 미쳐 사업자가 벌금을 내고 만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의 박은수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연금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장애인들은 당연한 것처럼 갖지 못하고 살아왔다. 민들레야학은 장애인을 실제로 교육하고, 그들이 가진 권리를 알려주고 함께 싸우고 있다. 문 씨는 "장애인은 몸의 손실이 와서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에서 장애물을 만나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장애인인 것"이라며, 장애인을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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