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그때 가서 또 안 될 수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종교인 과세가 입법화됐다. 1968년에 공평과세 차원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된 뒤 47년 만이다.

재석의원 267석 가운데 찬성 195, 반대 20, 기권 50으로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세법상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이 추가돼, 종교인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이 차등 부과된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안은 통과됐지만, 시행은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시기인 2018년 1월로 미뤄져, 시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있으며, 과세 내용에 대해서도 너무 봐주기라는 비판이 많다.

개정법에 따르면,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원천징수 여부도 선택할 수 있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종합소득세로 자진 신고한 금액에 세금이 부과된다. 단,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을 받고자 한다면 근로소득으로 신고, 납부할 수 있다.

소득세법은 개정됐지만, 종교목적 재산의 취득세, 재산세 면제나 비영리법인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 종교단체에 대한 조세제도는 계속 유지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www.flickr.com)

이 같은 법 개정에 대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이들은 물론, 과세를 찬성하는 이들과 조세 전문가들이 모두 불만이다. 

먼저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번 종교인 과세에 대해 “조세 공평주의와 헌법에 어긋나는 입법”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세법에서 중요한 과세요건인 소득 종류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기타 소득’으로 정한 것에 대해 “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함에도, 근로소득인지 기타소득인지 확정하지 않아 납세자가 예측할 수 없으며,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와 법적 안정성 모두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과세당국 역시 재량껏 세금을 추징할 여지를 남기는 입법을 해 놓고 그 문제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이번 입법은 종교인 자신이 스스로 유리한 소득을 선택해 세금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기에,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일반 국민도 소득 종류를 선택하도록 하든지, 종교인의 소득 선택권을 없애야만 평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이 법안을 토대로 세금을 추산한 바에 따르면, 연소득 8000만 원인 종교인은 125만 원의 소득세를 내지만, 같은 소득인 근로소득자는 5.8배 많은 717만 원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목회자 소득세 신고 운동을 하고 있는 교회재정 건강성운동본부도 성직자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성직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사례비와 생활비는 분명한 근로소득이며, 이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은 세법 체계를 무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이런 비판을 받게 된 것은 그간 정치권이 보수 개신교의 반발을 의식해 여러 조항을 완화하거나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종교인 과세를 반대해 온 보수 개신교회는 여전히 불만이다.

한국 기독교총연합회는 종교인 과세법에 대해서 “법적 강제성이 아니라 대형교회처럼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미자립 교회가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세금 부과는 소득 구간에 따라 필요 경비 공제율을 차등 적용한 뒤,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이뤄진다. 필요경비 공제율은 소득에 따라 20-80퍼센트까지 4구간으로 나뉘어 적용된다. 소득 4000만 원 이하는 소득의 80퍼센트, 4000만 원 초과-8000만 원 이하는 3200만 원에 4000만 원 초과분의 60퍼센트를 더하는 식이다.

필요경비를 산출한 뒤, 전체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에 기본 공제 등을 또 뺀 것이 과세표준(과세금액)이다. 이 과세표준에 6-38퍼센트의 소득세율을 적용한 뒤, 기부금세액공제, 표준세액공제 등을 차감하면 최종 납부세액이 된다.

예를 들면, 연간 소득 6000만 원인 종교인은, 필요경비가 4400만 원(3200만 원+2000만 원의 60퍼센트)이며, 차액 1600만 원에서 기본공제액 150만 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1450만 원이다. 여기에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표준세액공제를 차감하면 총 세액은 102만 원이 된다.

한편 한국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성직자들의 성무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해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다만 미사예물은 산출 금액이 모두 달라 소득 신고의 어려움으로 각 교구별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 주교회의의 결정이었지만, 서울대교구는 2013년부터 미사예물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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