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롬반회, 평신도 선교사 파견 25년

“선교지에서의 경험으로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변한다.”

1990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는 해외로 첫 평신도 선교사 6명을 파견했다. 이경숙 씨(유스티나)는 그중 한명이었다.

▲ 11월 2일 파견되는 평신도 선교사 서민아 씨와 김지현 씨가 안수를 받는 모습. ⓒ배선영 기자

10월 31일 평신도 선교사 파견 25주년 미사가 열렸다. 1996년까지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이 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미사 끝 무렵에 25년 동안 한국에서 파견된 평신도 선교사 58명의 모습과 축하인사가 담긴 동영상을 감상했다. 이 씨는 동영상에서 필리핀에 있을 때 함께했던 미키 마틴 신부의 모습을 보고 옛 추억에 젖었다.

마틴 신부는 영어로 축하의 말을 하다가 스스로를 한국말로 ‘마 신부님’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당시에 한국에서 온 평신도 선교사들이 마틴 신부를 부르던 말이었다. 이경숙 씨는 ‘마 신부님’이 “선교는 뭔가를 주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만난 이들에게 배우는 것이고, 배운 것을 삶에 옮기는 것이다. 사랑을 배우고 받으면서 선교사가 된다.”라고 해 준 말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선교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1918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가 설립됐을 때부터 창립자들은 수도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도 선교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선교회는 1977년부터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한국에도 평신도 선교사가 파견됐다. 한국에 온 첫 평신도 선교사는 제주 이시돌 목장에서 활동한 아일랜드인 마이클 리오라든이다. 선교활동을 마친 뒤 그는 아일랜드로 돌아가 서품을 받고 1986년에 다시 한국에 왔다. 한국 이름은 이어돈. 지금은 제주교구 금악 본당 주임신부다.

한국의 평신도 선교사는 1990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4개 팀, 58명이 피지, 타이완, 일본, 미국, 아일랜드,칠레, 미얀마로 파견됐다. 현재는 한국인 11명, 세계적으로는 60여 명이 골롬반 신부들과 함께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날 한국에서 파견되는 평신도 선교사 2명이 더 탄생했다. 서민아 씨(마리안나, 34)와 김지현 씨(요세피나, 27)는 11월 2일 아시아 지역으로 출국한다. 이날 미사는 평신도 선교사 파견 25주년 감사와 더불어 15번째 한국 팀 ‘K15’ 파견을 위한 미사였다.

▲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첫 해외 평신도 선교사 이경숙 씨가 곧 파견될 15번째 팀 선교사들에게 묵주반지를 끼워 주고 있다. ⓒ배선영 기자
김지현 씨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해외봉사를 꿈꾸다가 2년 전에 볼리비아에 있는 고아원에서 6개월간 지냈다. 여기에서 골롬반 사제를 만났고, 이 경험이 평신도 선교사를 지원하게 이끌었다. 김 씨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가족, 친구와 떨어져 있고 돈도 없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고, 하느님을 많이 느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기대되고 설렌다고 덧붙였다.

서민아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기분이고, 새로운 나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된다”고 선교사로 파견되는 소감을 말했다. 서 씨의 아버지 서종인 씨는 “처음에는 남들처럼 결혼하길 바랐지만, 딸의 뜻이 확고하고 주님의 뜻이기에 기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26일에 골롬반은 선교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골롬반회 부지부장 강승원 신부는 “교회확장과 서구열강의 영토 확장을 위해 선교의 참된 목적이 왜곡되어 식민정책에 관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 신부는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후로 교회는 이를 반성하고, 선교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며, 다른 문화와 국가, 종교를 인정하고 대화하는 여정을 걷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대 종교학과 강사인 유정원 박사는 파리외방전교회, 메리놀외방선교회,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를 중심으로 해외선교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발표했다.

유 박사는 세 선교회가 한국교계제도의 틀을 잡고,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를 양성하는 데 힘썼으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는 독자적으로 세계교회사 안에 자리 잡고, 세계로 선교사를 파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에 정교분리를 내세워 일본에 동조하기도 했지만, 한국인에게 독립과 자주적인 삶을 제시하고 평신도 양성에 힘썼으며, 특수사목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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