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주교의 주고받는 신앙강좌

전주교구 이병호 주교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강의가 아닌 신자들과 교감하며 주고받는 강의를 시작했다. 이 주교는 교황 칙서 '자비의 얼굴'과 회칙 '찬미받으소서' 등을 주제로 자신의 신앙과 영성을 나누며, 이 강연은 2017년 상반기 시즌 4까지 기획돼 있다.

▲ 지난 2일 저녁 전주교구청에서 이병호 주교의 신앙강좌 첫 시간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시즌 1의 첫 강연이 열린 10월 2일 전구교구청 강당에는 신자, 수도자 15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이병호 주교는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며 “우리에게 입과 귀가 있듯이 주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서를 보면 예수님은 일방적으로 말씀만 하고 떠난 적이 없고 항상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신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이 주교의 말대로 참가자들은 강연 전에 강연 피드백을 적어 낼 종이를 받았다. 이 종이에 강의를 듣고 느낀 점, 자신의 삶에서 실천할 일, 질문거리를 솔직하게 적어 내면 이 주교가 이를 읽어보고 다음 강의에 적용한다.

이 주교는 이미 4-5년 전부터 본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마다 자신의 강론 전에 신자가 나와 체험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했다. 그는 자신에게 이 일이 아주 의미 있으며, 신자의 체험과 자신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강론이 더욱 살아나고 깊이 있어진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신자들의 체험을 듣는 경험이 주교가 늘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며, “하느님 앞에서는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주교이지만 같은 그리스도인으로 신자들과 만나는 시간”

이번 강좌는 이병호 주교 주변 사람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주교는 긴 기간 열리는 강좌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신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만날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그는 히포의 주교였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주교는 나를 짓누르고 의무감에 기쁘게 하지 못하지만, 그리스도인은 나를 해방시키고 기쁘게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 강연에서는 자신도 (주교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 신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첫 시즌 강연에서는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하는 '자비의 특별 희년'을 준비하며 교황 칙서 '자비의 얼굴'을 다룬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 주교가 강연용으로 직접 번역한 '자비의 얼굴'을 받았다.

이병호 주교는 “말씀과 행동이 딱 들어맞는 교황을 모시게 된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분이 누구인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연을 들은 참여자가 질문거리, 느낀 점 등을 메모하는 모습. ⓒ배선영 기자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번째로 낸 '복음의 기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복음의 기쁨'이 교황이 남미의 특수한 상황에서 사목한 경험을 살려 자신의 계획을 종합적으로 발표한 것이며 이후에 나온 문헌들은 이를 기본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주교는 '아파레시다 문헌'도 언급했다. '아파레시다 문헌'은 ‘제5차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주교총회’ 결과로 나온 문건이며,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이 문헌을 만들어내는 총책임을 맡았었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이 '아파레시다 문헌'을 여러 번 인용했다.

이 주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정’을 주제로 4일부터 열리는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주교 시노드에서 같은 주제를 두 번 다루는 것이 이례적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 시노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다하도록 획기적으로 바꿨고, 지난해 시노드에서 의견이 분분한 아주 열띤 토론이 벌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시노드에서 나온 논쟁이 전부 발표돼 논쟁이 밖으로 나오게 됐으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다시 모이기 때문에 1년이 걸리는 것도 덧붙였다.

옷차림, 행동, 남녀관계 등 다양한 주제가 가정의 문제와 연관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한 이 주교는 “가정이라는 주제가 이렇다, 아니다라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마무리하며 다음 강의를 기약했다.

강의가 끝나고 전주교구 삼천동 본당의 한상갑 씨(바오로)는 피드백 종이에 “남들 가르친다고 살았던 지난 날, 듣는 일에 얼마나 맘을 쓰며 살았는가? 어린 손녀들의 말과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삶을 살겠다”고 썼다.

‘이병호 주교와 함께하는 신앙강좌- 신앙인의 사색’ 첫 시즌은 10월 2일부터 12월 4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에 열린다. 시즌 2, 3은 각각 2016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시즌 4는 2017년 상반기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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