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마니아의 꿈 실현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대중이 들어갈 수 없었던 바티칸의 교황 정원과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여름별장을 공개했다. 또한 바티칸의 작은 기차역에서 카스텔 간돌포까지 매주 토요일 정기 관광열차를 운행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나라인 바티칸 시국은 거대한 베드로 대성전 뒤로 넓은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이 나라 면적의 절반이 넘지만 지금까지는 교황 개인의 정원이었다. 또한 이 정원 한 구석에 있는 기차역은 이탈리아 철도와 연결돼 있지만 가끔 화물열차만 들어왔었다.

▲ 카스텔 간돌포에 바티칸 기차역을 출발한 역사적인 기차가 도착했다.9월 11일 바티칸 기차역을 출발해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 = CNS)
바티칸박물관의 안토니오 파올루치 관장은 9월 11일 관광열차 시범 운행 기자회견에서 이는 교황의 뜻이라며, 교황은 교황 정원과 별장의 멋진 건축물과 식물들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특히 교황 자신이 “로마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여름을 별장에서 보낼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차역에서 카스텔 간돌포까지는 20킬로미터 거리다. 기차는 출발하고 곧바로 바티칸과 이탈리아를 가르는 국경선인 성벽을 지나 로마의 아파트촌과 건물들 사이로 동남쪽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곧 푸른 들판으로 나서 아피아 가도를 따라가는 로마 시대의 수도교와 나란히 가다가 몇 개의 터널을 지난 뒤 “카스텔리 로마니” 공원 언덕에 다다른다.

이번 시범 열차를 끈 기관차는 딱 100년 전인 1915년부터 쓰인 작은 증기기관차인데, 원래는 이탈리아 왕실이 쓰던 것으로, 1962년에 요한 23세 교황이 로레토 성지와 아시시 성지를 방문할 때 쓰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기관차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가 교황 선출회의 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오는 색깔 연기처럼 보인다고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시커멓게 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보며 인류가 만든 지구온난화의 원인들을 비난한 교황의 최근 생태 회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신의 눈을 못 믿어 했다.

하지만 관광열차가 정식 개통되면 관광객들은 일반 전기 기차를 타게 된다. 이들은 바티칸박물관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두 가지 일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종일 티켓은 45달러다. 먼저 2시간 동안 바티칸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을 둘러본 뒤, 한 시간 동안 교황 정원을 구경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한 시간에 걸쳐 카스텔 간돌포까지 간 다음 교황 정원을 미니 기차를 타고 돌아본다. 관광객들은 그 뒤 서너 시간 동안 마을로 가서 점심 을 먹는 등 자유시간을 보낸 뒤 다시 기차로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이곳 정원에는 세 개의 교황궁이 있고 1세기 로마의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쓰던 여름별장 유적이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고 소, 닭, 토끼, 오리, 꿀벌도 키우는데, 생산물은 바티칸의 교황궁 식량으로 쓰고, 바티칸의 수퍼마켓에서 팔기도 한다.

18달러짜리 표는 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서 교황궁 안에 만들어진 전시 구역을 둘러보는 코스다. 교황궁이 공식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는 교황청 천문대가 있고, 여전히 교황 개인이 쓰는 교황아파트 세 채도 있다.

교황이 카스텔 간돌포에서 여름을 지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이곳 주민들의 초청에 의해서다. 그 뒤 여름에는 매 주일마다 교황과 삼종기도를 드리기 위해 많은 이가 이곳에 왔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 오지 않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수입이 줄었다. 교황이 카스텔 간돌포에 오지 않은 것은 2차 세계대전 때가 마지막이었다. 한편, 교황청도 부족한 수입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뒤 즉각 재정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개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차 대전 중인 1943년에 연합군의 폭격이 심해지자 레오 13세는 별장의 문을 열고 수많은 피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1944년에 이 근처에서 전투가 심해졌을 때는 약 1만 2000명이 중립지대로 선포된 이 별장에 머물렀다. 당시 40명이 넘는 아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교황별장은 “야전병원”이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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