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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신부잖아요”로마 유학생 진슬기 신부가 본 교황과 한국 사회

“다름에 대한 인정.”

한국 천주교회와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배우길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진슬기 신부(서울대교구)는 이렇게 단언했다.

진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담은 동영상에 직접 번역한 한국어 자막을 넣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교황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로마에서 유학 중인 젊은 한국인 사제가 바라본 교황은 어떤 사람인지, 왜 그토록 열심히 교황의 말을 한국에 전해 왔는지 듣고자 8월 25일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편안한 사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사진 촬영은 한사코 사양했다.

진 신부는 “사람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좋은 것을 말하더라도 완벽하지 않은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 기준에 따라 가차 없이 공격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우상으로 만드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이 거대한 불의나 기득권에 순응하고 머리를 조아리라는 말은 아니에요. 교황님의 행동이나 말씀을 보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에서 저분이 호전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지요. 그분은 행동이나 말의 표현에 있어 자기 생각이 100퍼센트 옳다고 주장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진 신부는 불의에 대항해 싸우다 보면 열정이 나온다는 것을 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드럽고 겸손하게 다가갈 때 귀를 기울인다고 본다. 그는 그런 점에서도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대안언론이 날선 비판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나 날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교황의 동영상은 150개가 넘는다. 가톨릭출판사가 펴낸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와 “그대를 나는 이해합니다”는 그렇게 진 신부가 번역한 교황의 가르침을 읽기 쉽도록 모은 것이다.

진 신부는 어학 공부를 위해 교황의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는데, 혼자만 보고 듣기 아까운 정말 좋은 내용이 많아 영상에 자막을 입혀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그는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줄은 몰랐다”면서, 교황이 쓰는 말들이 어렵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신부는 ‘육화’라는 신학 용어가 꼭 쓰여야 할 부분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이 되셨다”고 풀어서 말한다고 예를 들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영상을 한국어 자막과 함께 소개한 진슬기 신부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 출처 = www.facebook.com/seulki.jin.7)

새로 나온 책 “그대를 나는 이해합니다”에 엮은 교황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그는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가 실린 부분을 펼쳐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발언이다. 진 신부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뒤에 나오는 말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제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느꼈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진 신부는 “신부니까 (가난한 이들을 위해) 당연히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부유한 이들도 저희에게는 또 다른 양떼”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진 신부에게 교황의 ‘저는 신부잖아요’라는 말은, 사목자로서 따지고 보살펴야 할 사람이 많지만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부’, ‘아버지’의 역할임을 일깨우는 말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문제를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넘어지고 울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도닥여주게 된다. 그는 “이것은 이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사제직의 본질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사제품을 받은 진 신부는 2012년까지 옥수동 성당 보좌신부를 지낸 뒤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서 동국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곧장 신학생의 길을 걸은 또래들보다 조금 늦게 신부가 됐다. 선배가 돼 있는 또래들을 보며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동국대에서 배운 불교적 전통과 가르침이 사제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랜만에 돌아와 지낸 1년 가까운 고국 생활은 세월호참사를 비롯한 큰 사건과 이슈가 많았던 격변기였다. 그는 지금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지만,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더 깨어 있고 성숙해졌다고 본다. 지난 며칠간의 ‘전쟁 위기’도 사재기 같은 심각한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진 신부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모자란 것은 ‘연대’라고 생각한다. 그는 굳이 내 일이 아니면 잘못된 일을 비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그것은 자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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