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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병원 본당, 시작은 '만남'부터'교회,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기 위하여' - 1

“저는 오늘날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 줄 능력을 신장시켜야 합니다. 그들 가까이 있어야 하고,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과 같습니다. 중상을 입은 사람에게 콜레스테롤과 혈당의 높은 수치 여부를 묻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일단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 다른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가톨릭 문화생활>과 인터뷰에서 “복음의 기쁨” 골자를 설명하면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오늘날 교회는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하는 ‘야전병원’과 같은 곳이 돼야 하고, “밖으로 나가 상처입고 더럽혀진 교회가 돼야 한다”고 우리에게 당부했다.

야전병원은 전쟁터에서 다친 이들을 긴급하게 치료해야 하는, 긴급하고 절박하며, 부족함이 많은 가운데서도 생명을 살리는 의무를 다 해야 하는 곳이다. 교황은 왜 교회가 모든 것이 갖춰진 종합병원이 아닌, ‘야전병원’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일까.

   
▲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비전동 성당을 찾아,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본당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조병만 사목회장, 이지성 신부, 최재철 신부. ⓒ정현진 기자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이 발표된 지 1년 9개월 그리고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 교회는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는 교황의 메시지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을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먼저 교회의 가장 기본 단위이자 핵심인 본당에서는 이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야전병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 물었다.

질문을 던지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수원교구 비전동 성당이었다. 비전동 성당 주임 최재철 신부와 보좌 이지성 신부 그리고 사목회장 조병만 씨를 만나, 본당 사목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전동 성당은 세월호참사 지역인 수원교구에 속해 있으며, 해고자 복직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 공장이 있는 평택대리구이기도 하다. 사제들과 본당 신자들은 “잊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안산에서 진행되는 추모미사에 계속 참여하고 있으며, 쌍용차 공장 앞에서 한 달에 한 번 봉헌되는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에도 참여한다.

지난 5월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무기를 평화의 선물로’라는 주제로 장난감 교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평화와 생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뒤, 아이들은 무기를 본뜬 장남감을 내놓고 고추모종을 나눠가졌다. 최재철 신부는 보통 교회 안 단체끼리 연대하는 경우는 많지만 지역사회 단체와 연계하는 경우는 드물어, 시도 자체가 의미 있었을 뿐 아니라, 평화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직접 느끼고 우리 안의 폭력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매년 하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가 되려면.... 만남과 관계맺음이 그 시작이다”
교회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먼저 다가가서 만나야

먼저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야전병원과 같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최재철 신부와 이지성 신부는 “무엇보다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으로서 관계 맺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답했다.

조병만 회장은 “뒷받침하는 힘으로서 교육이 중요하지만, 먼저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실천하기에 충분하다”며, “우리 본당 역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본당 상임위원이나 단체들도 봉사나 연대활동 등을 제안하면 스스럼없이 동의한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옆에서 누군가 먼저 보여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재철 신부는 현재,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연대의 자리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지만 처음에는 자신 역시 노조나 이른바 ‘운동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하면서,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교회는 특히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을 깨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발짝 더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 공동체 내부의 결속력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도움을 줄 때도, 관념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지만, 직접 만나면 정말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죠. 그러면 더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그들 옆에 있게 됩니다.”

이지성 신부 역시, 사목 경험을 통해 만남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역설했다. 청년들과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던 그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잘 몰랐지만, 일단 만나기 시작하니까 알게 되고 자연히 움직이게 되더라며,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몰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서 인사하고 차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일단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방한 당시 꽃동네 방문 자리에서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을 높이 치하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자선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 '구호 라인에 서있는 그리스도', 프리츠 아이젠버그.(1953)

‘사회복지분과’가 없는 본당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복지활동은 교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음에도 “시혜 차원에서 머물고 만나”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본당의 이러한 사회복지 구조를 넘어 한 발 더 나갈 부분은 무엇일까.

“프리츠 아이젠버그라는 화가의 그림 중에 ‘구호 라인에 서 있는 그리스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자선을 베푸는 쪽이 아닌, 받는 쪽에 계시다는 것이죠. 교회도 그래야 합니다. 도움을 주는 이가 아닌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 사이에 있어야죠.”

최재철 신부는 사회복지는 필수적으로 ‘정의’와 결합되어야 한다면서, “교리 안에 이미 명시되어 있듯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들의 몫을 되돌려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용어도 ‘사회복지’로 한정된 개념을 넘어 ‘사회정의’로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최 신부는, 지역사회 문제 중 하나인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들면서, ‘어려운 이들’의 범주를 한정 짓는 것도 경계했다. 최 신부는 평택대리구 6개 본당에 모두 해고자들이 신자로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면서, “물론 본당에 여러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있지만 그 때문에 눈감을 수 없는 문제다. 또 그들을 돕고 연대하는 것도 사제 혼자서 나설 일이 아니다. 교회 공동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서, 공동체가 함께 나서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최재철 신부는 본당 공동체의 마지막 결실은 공동체의 활동과 그 성장의 결과물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당 음악 동아리가 평택 지역 단체를 위한 공연에 나섰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본당 공동체가 씨앗을 뿌리는 시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시기를 거친 뒤에 열매를 맺는 단계란, 결국 공동체 성장의 결과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지역사회와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전병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전쟁 없는 고요가 평화가 아니듯, 대화 없이 이뤄진 일방적 방침 역시 일치가 아니다. 공동체가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저마다의 의견을 마음껏 펼치고 그 안에서 일치를 찾아가는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일까. 본당 공동체 자체가 하나의 공론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상상하고 실현할 수 없을까.

조병만 회장은 “신자들이 주로 사제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서 분명 배우고 느끼는 바도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돈을 버는 것만 배우고 나누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신자들 차원에서도 고통과 가난에 공명할 수 있는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철 신부는 본당의 소통 구조가 일방향 전달 방식인 것은 맞고, 자유로운 의견 나눔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최 신부는 오해를 풀기 위한 자리였지만, 언젠가 바자회 봉사자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협의한 적이 있다면서, “결과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각자의 입장과 의견을 모두 이야기한 후에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일방적으로 지시받을 때와 완전히 다르고, 일의 결과도 훨씬 좋더라”는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야전병원’으로서 본당이 현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돌봐야 할 이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조병만 회장은 “노인들”이라고 답했다. 사회적으로, 교회 내부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몰린 노인층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지성 신부는 “마음이 아픈 이들”이라고 답했다. 이 신부는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봐왔지만, 대부분 본인이나 가족조차도 잘 모르고 있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성 신부는 면담한 이들이 인간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싶어하지만, 모두 충분히 받아줄 수 없다면서, “아픈 이들 뿐만 아니라, 이웃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일상적인 친구, 벗으로서,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쌍용차 해고자 굴뚝 농성 중이던 지난 1월부터 매월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해고자 복직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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