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름 그륀, "주님의 기도", 분도출판사, 2015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주님의 기도’란 무엇일까?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는 신자에게는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동안 7번은 바치게 되는 기도,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신자에게는 제일 처음 만나는 기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신자에게는 몇 번 외우다 보면 잠이 오는 수면 유도제 같은 기도일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깊숙이 들어 와 있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현대의 영성가 안젤름 그륀 신부가 책으로 풀어 썼다.  그 자신이 “날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까닭을 나 자신에게도 해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할만큼  이 기도에 대한 성찰은 치열하고 깊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직접 가르쳐 준 유일한 기도라고 알려져 있으며 성경에는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 기록되어 있다. 같은 주님의 기도지만 마태오 복음은 “우리가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가”에, 루카 복음은 “우리가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기도해야 하는가?”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이 책이 기도에 대해 해석한 서술 중 가장 특징은 “기도와 실천을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안젤름 그륀, "주님의 기도", 분도출판사, 2015
이 책 첫 부분의 ‘그리스도교 영성을 사사화(私事化)하는 위험’이라는 부분에서 그륀 신부는 “웰빙 영성”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륀 신부는 오늘날 우리는 영성을 자아도취적으로 변질시킬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이런 영성은 “자신의 평안과 행복만을 중시”하고 사회적, 정치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성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이들은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해 영성의 길을 도용한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 켄 윌버는 “해괴한 나르시시즘적 퇴행”이라고 했으며 이것은 사람들의 정치적 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륀 신부는 이러한 “웰빙 영성”과 “해괴한 나르시시즘적 퇴행”은 주님의 기도에 드러난 예수님의 정신과 어긋나고 주님의 기도에 새로운 행동으로 응답하지 않는 사람은 기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한편으로,  "정치적 투신이 기도로 지탱되지 않으면 힘겨워질 뿐"이라며, 영적 체험에 바탕하여 사회적으로 투신해야만 우리의 투신이 사회에 축복이 된다고 말한다. 

또 정치는 신비 체험에서 자양분을 얻어야 하며 신비주의는 사회적 투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것은 여성 신비가 힐데가르트, 메히트힐트, 게르트루트가 증명했으며, 제2대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도 기도 체험에 바탕해 정치적으로 투신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예수님이 가르쳐 준 몇 마디 구절을 온 마음으로 외는 일”이다.

이 책은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를 구절 별로 해석하고 서술하며, 뒷 부분에서는 루카 복음서의 주님의 기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가운데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하느님과의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기도의 형태와 사례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기도 상황을 살펴보고 기도할 때 생기는 의문점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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