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케미칼 사태 해결을 위한 미사 봉헌

▲ 381일 째, 하늘에 매달린 차광호 씨. 그가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정현진 기자

“차광호 동지가 내려올 수 있는 길은 우리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해고자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스타케미칼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가 고공농성이 진행되는 구미 스타케미칼 2공장 앞에서 봉헌됐다.

6월 10일 오후 7시,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주관으로 봉헌된 미사에는 스타케미칼 해고자와 지역 주민, 대구대교구 정평위원, 수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힘들고, 어렵다. 다만 잘 버티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사측과 교섭 진행

왜관수도원과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2월 27일 이곳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다. 고공농성 277일 째를 맞던 당시 스타케미칼 노조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309일 고공농성이라는 최장기 기록을 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광호 씨의 고공농성은 381일째로 400일을 바라보고 있다.

해복투 정병옥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3월부터 사측의 요청으로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복투 측의 가장 중요한 사안은 해고자 원직 복직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는 2공장은 매각이 결정됐으므로, 제3법인이 마련되면 그곳으로 복직하는 안을 내놨다.

정병옥 씨는 이에 대해서,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고, 해복투도 살기 위한 싸움이므로 극단적인 상황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사측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고용승계 약속이 깨지는 경험을 한번 했기 때문에, 복직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농성을 멈출 수 없다. 차광호 동지가 지금까지 버티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정병옥 씨는 수당이나 위로금이 본질이 아니므로 그 부분은 조율할 수 있지만 고용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많은 분들의 연대로 교섭 국면까지 왔다. 확실한 매듭을 지을 때까지 연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대구대교구 정평위가 주관하는 스타케미컬 사태 해결을 위한 미사가 두 번째로 봉헌됐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속적인 연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진실된 싸움일수록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땅의 현실”

또 해복투 홍기탁 씨는 많은 이들의 연대에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도, 많은 노동자들의 싸움이 장기화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홍기탁 씨는 “이땅에서는 싸움이 진실될수록 고립되고 외로운 것 같다”면서,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당사자와 연대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싸움은 크고 넓고 절박하게 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치 않는 희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250일이 지나 비로소 사람들이 우리에게 묻기 시작했다. 긴 시간 정말 힘들게 버틴 이유는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이 땅에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하루를 버티며 이겨내고 공권력이 짓밟으면 다시 일어서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광호 씨도 참가자들과 나눈 전화통화에서 “20년간 일한 일터, 삶의 터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올라온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 세상은 함께 싸울 때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을 믿고 굴뚝에서 견뎠고, 앞으로도 그 믿음을 지킬 것”이라며 굳건한 연대를 호소했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황동환 신부(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미사 인사말에서 “차광호 동지가 오른 굴뚝은 부끄럽고 잔인한 우리 시대 골고타 현장이며, 역사를 거스르려는 군사독재 잔존세력과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한 우리가 만든 현장”이라고 역설했다.

황 신부는 “차광호 동지의 싸움은 상업적 이윤을 생명처럼 여기는 세상을 고발하고 용기가 부족한 우리 양심을 치유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라면서, “우리가 차광호 동지와 함께 꾸는 꿈은, 그저 꿈일수만은 없다. 우리안의 무관심, 비겁함의 허물을 인정하며 하느님께 용서를 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 강론은 고진석 신부(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맡았다. 고 신부는 강론을 통해 ‘맘몬’이라는 병원균에 감염돼, 한 푼의 이득에도 아귀같이 달려드는 세상, 이웃의 억울함에도 꿈쩍하지 않는 세태를 비판했다. 이어 스타케미칼 해복투 11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고진석 신부는 최근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늘어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고 고백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역시 육체노동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헐벗고, 굶주리고, 우리 중에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현존하기에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신부는, 교회의 사명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마저 기쁘게 사는 세상, 하느님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는 것임을 상기하면서, “이 사명을 위해 착한 뜻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그 날은 분명히 올 것을 믿는다”고 희망어린 연대를 호소했다.

▲ '스타케미칼이 무너지면 자본의 횡포는 당신에게로' 문구가 쓰인 현수막 위로 참가자들은 연대를 다짐하는 손도장을 꾹꾹 눌렀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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