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은 절반 가까워

미국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은 무종교인이 크게 늘고 있다. 무종교인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 여러 조사에서도 드러난 미국 사회의 한 추세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종교와 시민의식 전문 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자신이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의 비율은 22.8퍼센트였다. 지난 2007년에는 이 수치는 16.1퍼센트였다.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이에 대해 아크론대학 정치학 교수인 존 그린은 “미국의 종교 지형은 흐릿한 선과 겹치는 경계들로 이뤄진 콜라주를 더욱 더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 전통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세속적 관점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준다.”

시카고대학 전국여론조사센터가 40여 년 동안 조사해 온 바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무종교인은 1972년에는 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0년에는 8퍼센트로 조금 늘었고, 2014년에는 21퍼센트나 되었다. 이번 보고서는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으며, 올 하반기에 각 종교별 상황을 담은 2차 보고서를 낼 때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담긴 나이별 상황에서는 몇 가지 뚜렷한 추세가 보인다. 우선 청년층이 나이든 층보다 종교를 덜 갖고 있으며, 혼인상태에 있는 이들보다는 독신자들이 또한 그렇다. 이는 다른 여러 조사에서 자신을 진보파 유권자라고 밝힌 이들 가운데 청년층과 독신자 비율이 높다는 것과 대략 일치한다.

가장 놀라운 현상은 연령대에 따른 차이다. 이른바 “새천년 세대”(Millennials, 1980-2000년 사이 출생자)는 56퍼센트만 종교를 갖고 있었다. 퓨 리서치센터의 쿠퍼맨 국장은 이는 아마도 미국 정치에서 보수파의 목소리가 큰 데 대한 반발일 수 있다고 봤다.

지난 2007년 뒤로 무종파 숫자가 늘어난 두 번째 큰 요인은, 사람들이 자신이 자라난 집안의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바꾸는 “종교 바꾸기” 또는 “종교 버리기”인데, 결혼할 때 많이 보인다. “미국 성인의 18퍼센트는 종교 신앙을 갖도록 양육 받았으나 지금은 아무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  그린 교수는 “특기할만한 점은 자신이 무신론자이거나 불가지론자라는 비율이 급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추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그리고 인종과 상관없이 다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미국 무신론자협회”는 환영하고 나섰다. “당신이 무신론자라면 (이제는) 무신론자라는 단어를 써도 좋다.” 미국 사회는 아직까지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중심인 남부침례교단의 윤리와 종교자유위원장인 러셀 무어 목사는 이와는 아주 다른 이유에서 “이 보고서를 보니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그리스도교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시대 유행에 조금만 맞지 않게 되면 교회가 오랫동안 가르쳐 온 것을 그냥 내버리는 습성에 젖은, 거의 모든 교회들이 보여 주는 모습의 그리스도교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무신론자의 수가 늘어난 것은 “미국에서 솔직한 무신론자가 더 많아졌다는 뜻일 뿐” 실제 무신론자가 늘어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자신의 일이 더 간단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복음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위한 것”이라며, “구원받은 자에게 복음을 말하는 것보다 잃어버린 양에게 복음을 말하기가 더 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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