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세월호참사 1주년 합동 추모 미사

4월 15일 저녁 세월호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은 세월호참사 1주년 합동 추모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4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수원교구 보라동성가정 본당의 신자 이미숙 씨(프란치스카, 52)는 “부끄럽지 않으려고 왔다”고 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미안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찬 기운이 드는 이날 밤, 수원교구 원곡본당의 신자 박희옥 씨(데레사, 52)는 미사에 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눠 주는 봉사를 했다. 박 씨의 본당은 안산시 단원구에 있다. 세월호참사가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박 씨가 사는 곳에서는 늘 슬픔이 피부로 와 닿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씨의 본당에도 희생자 유가족 2명이 있다. 그는 “할머니가 매일 성당에 오신다. 레지오 모임 때 손자 생각에 우셨다”며 마음 아파했다. 지난 성목요일, 그의 본당에서는 유가족들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례를 했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 아무개 씨는 안산에 1년 만에 왔다. 광화문은 자주 찾는다. 그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슴 한 구석에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SNS프로필 사진 등으로 자신이 있는 일상에서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기억들 하나하나가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희망했다.

▲ 4월 15일 저녁 세월호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4000여 명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배선영 기자

이날 미사는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200여 명의 사제가 함께 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세월호참사는 부정부패와 안전 불감증, 물질 만능주의가 빚은 총체적 문제라면서 “유권자인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로서의 의식을 발휘해 정부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주교는 정부가 보상금을 내세우는 것은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지난해 6.4지방선거와 7.30보궐선거 뒤에 태도를 바꾼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정부가 보상을 서두르는 이유가 진상규명을 덮으려는 의도라면 도무지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온 국민이 눈을 크게 뜨고 정치 사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가 끝나고 추모제가 이어졌고, 수원교구 사제단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제단은 정부의 시행령안을 즉시 폐지하고,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부각시켜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모독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한편, 이날 추모 행사에는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도 참석했다. 그는 세월호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무관심에서 벗어나고, “거짓이 아닌 진실과 정의를 선택하자”고 촉구했다.

▲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단이 정부의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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