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 성매매 자유구역 추진

이탈리아의 로마 시가 성매매 자유구역을 시범 설치하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남부 로마의 EUR(로마 세계박람회) 구역은 공원과 업무 빌딩이 가득 찬 중상층 지역이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창녀들이 모여들게 됐다.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지자체에서는 “관용 지역”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반기고 있으나 가톨릭교회와 창녀들은 반대하고 있다.

한 주민은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이 노천 돼지우리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조부모와 함께 걸어가는데, 나무들 뒤에서 어떤 남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70대 할아버지가 6살 손자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 일이 하루 종일 벌어진다. 창피하다”고 했다.

현대 이탈리아에는 많은 패러독스(역설)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성매매를 돕거나 성매매를 시키는 것은 범죄이지만 돈을 받고 성 서비스를 해주는 것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근래 경제난이 심해지고 치안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긴장이 폭발해서 지난해에 근처 구역들에서 벌어진 폭동사태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어서 예방책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특정 지역에서는 성매매 손님끌기를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 권한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EUR구역에서도 이런 지역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가정주택이나 학교, 교회, 공원, 놀이터 근처는 금지구역이 된다. EUR 주민회장인 안드레아 산토로는 “성노동자들은 그 밖의 주거지역 외곽에서는 손님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마 시청에서는 올해 시범사업에 22억 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 순찰을 강화하고 성매매 금지지역에서 성노동자와 함께 잡힌 남자에게는 55만 원까지 벌금을 물리게 된다. 또한 특별 훈련을 받은 사회복지사와 보건 일꾼들이 창녀들을 지원하고, 이 거리를 떠나기를 원하는 여성을 돕는다.

산토로는 “이것이 최선의 해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고려하고 성매매를 둘러싼 위선을 생각한다면,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창녀의 절대 다수는 외국인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밀입국한 이들도 많고,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 그리고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 여성들이다.

이탈리아 패러독스

정확한 통계수치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 따르면 지난 7년 새에 이탈리아 성 시장이 25퍼센트 커졌다고 한다. 성매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주는 단체인 “자유로운 벌”(Bee Free)에서 일하는 오리아 가르가노는 여기에 한 가지 이탈리아 패러독스가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더 해방시킬수록 더 많은 이탈리아 남성이 창녀들의 봉사를 구한다는 것이다.

가르가노는 산토로의 계획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가톨릭 단체들은 그러면 여성 착취가 합법화되는 것이라고 격렬히 반대한다. 성노예 매매의 희생자를 지원하는 가톨릭단체를 운영하는 알도 부오나이우토 신부는 “먼저 이들 노예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 여자들을 한 군데에 몰아넣는다고 이 사람들이 해방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의 요람인 로마 시가 인간 신체의 판매를 승인하는 이런 제안을 실행한다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이 창녀가 아니라 성매수자를 범죄자로 처벌하기로 한 것처럼 이탈리아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는 상식이 된 정설과는 반대되는 여러 현상이 보이는데, 이를 두고 “이탈리아 패러독스”라고 부르곤 한다. 예를 들어, 근래 이탈리아에서는 비만자가 많이 늘었는데 심장병 환자는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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