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민사목위, 순화동 재개발 현장 미사 시작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언젠가 자신이나 가족, 이웃이 주거권,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거리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1월 22일 저녁 서울시 중구 순화동 재개발 현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지석준 씨(안드레아)의 말이다. 지석준 씨는 용산참사 유족 유영숙 씨(루치아)와 함께 지난 1월 18일 ‘순화동 1-1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 1월 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가 시작됐다. ⓒ강한 기자

지하철 서대문역과 시청역 사이에 있는 이곳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70여 세대 주민들이 2008년 쫓겨난 곳으로, 롯데건설이 지하 5층, 지상 22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있다. 미사가 끝날 무렵 마이크를 잡은 지 씨는 “(순화동은) 일반 주택가였는데 식당이 잘 되니까 가정집을 개조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로 한정식과 백반이 유명했고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났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 유영숙 씨의 남편 고 윤용헌 씨와 지석준 씨는 이곳에서 각각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윤용헌 씨는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숨진 철거민 5명 중 한 명이며, 지석준 씨는 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건물에서 떨어져 허리와 다리 부상을 입고 투병 중이다.

지석준 씨는 “이렇게 천막을 치고 순화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들지 않으면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시민들이 아무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갈 것 같다”며 “시행사와 건설사가 얼마나 잔인무도하게 두 가정을 파괴했는지 꼭 알아야 할 것 같아 목소리가 터져라 말하고 있다”고 했다.

지석준 씨와 유영숙 씨는 새로 만들어지는 상가를 임대해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과 고 윤용헌 씨와 지 씨에 대한 재개발 조합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에 참석한 수녀가 서울 순화동 재개발 현장에서 농성 중인 지석준 씨(오른쪽)와 손잡고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주관으로 1월 22일 시작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는 이곳 철거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미사에는 유영숙 씨와 지석준 씨,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고 함께 기도하기 위해 찾아온 3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임용환 신부는 2014년 12월 25일 이곳에서 봉헌한 ‘성탄 현장 미사’ 때 모은 헌금을 유영숙, 지석준 씨에게 1월 19일 전달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 1월 22일 열린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 도중 지석준 씨가 천막 농성에 나서게 된 사연을 말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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