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문제 등 교회 관심 필요"

천주교 주교회의가 정기 세미나를 열고 ‘여성 총회장이 본 본당에서의 여성 역할’을 집중 토의했다.

11월 18일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 여성소위원회(여성소위)가 개최한 이 자리에서는 비교적 최근 임명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두 본당의 여성 총회장이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개최한 정기 세미나.ⓒ강한 기자

박영순 새남터성당 총회장은 2013년 8월부터 새남터성당 총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새남터성당이 설립된 이래 첫 여자 총회장이니, 인간적, 내적, 외적으로 너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임명될 때 “의외로 평신도들의 분위기는 썰렁했다”면서,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기’, ‘봉사를 행동으로 보이기’ 등을 원칙으로 삼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신자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지고 격려해 주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 총회장은 ‘여성 총회장의 강점’에 대해 본당 신자, 사목위원, 단체장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여성 신자들은 ‘푸근함, 부드러움, 친절함에 소통하기 쉽다’는 점, 남성 신자들은 ‘누나 같은 따뜻함으로 접근이 쉽다’는 점을 꼽는다고 했다.

그는 남성 신자들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수용적인 자세 때문이라며, 이를 ‘가부장제도와 양성 불균형의 이점’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오흥분 청파동성당 총회장은 여성 회장의 강점은 여성 신자들에게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좀 더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성 신자들에 대해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다가갈 수 있어 좋다”면서도, 술자리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을 비롯해 소통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오 총회장은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남녀 역할 분담이 평준화됐거나 여성의 역할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교회에서는 아직도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여성 총구역장, 헌화회 등 특정 직책을 제외한 중요 직책을 여성이 맡으면, 걱정하는 시선을 보이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두 총회장 모두 본당 활동에 필요한 ‘시간’ 문제를 지적했다. 박영순 총회장은 “총회장이 그렇게 시간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면서 “남편의 희생”을 언급했다.

오흥분 총회장도 “여성이 주부일 경우 가족 구성원들에게 ‘교회에서 산다’는 원성을 사지 않도록 회합이나 교육 등의 시간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소위원회 위원 박정우 신부가 ‘교회 안에서 확대된 여성의 역할과 여성의 존엄’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으며, 인천교구에서 사별자 모임을 운영한 적이 있는 고영심 씨가 ‘사별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서울대교구 가톨릭여성연합회 박은영 회장이 연합회의 지난 50여 년 역사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약 50명이 참석했다.

여성소위는 해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각 대교구를 돌아가면서 세미나를 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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