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완공된 평밭마을, 12월 중 밀양 지역 송전 시작

“우리는 이제 여기서 단 하루도 못 산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어떻게 정부가 이럴 수가 있는가 말이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 이남우, 한옥순 부부를 만나자 마자, 한탄이 터져 나왔다.

지난 6월 행정대집행 이후, 송전탑 반대 싸움 시즌 2를 위해 옮겨 지은 ‘사랑방’에서 올라온 한옥순 씨는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는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이 철탑이 들어선 뒤 극도의 불안감 속에 지내고 있다고 했다.

▲ 평밭마을 이남우, 한옥순 씨 집 옥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송전탑 2기. 왼편 송전탑은 이남우 씨의 집 마당에서 겨우 470 미터 거리다. ⓒ정현진 기자

모두 33가구가 살고 있는 평밭마을은 인근 산길로부터 마을 입구, 뒷산까지 모두 7기의 송전탑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그중에도 예정보다 마을 쪽으로 당겨진 129번 철탑을 비롯해, 이남우 씨 마당에서 470여 미터 떨어진 130번 철탑은 거대한 탑신 탓에 손에 잡힐 듯했다.

송전탑신의 규모는 대략 아파트 30층에서 40층 높이로 약 120미터다. 탑신의 무게는 200톤, 탑신을 이루는 파이프는 지름이 최고 1미터에 길이 6미터, 무게는 최고 3톤에 이른다.

▲ 마을 입구를 막고 있는 129번 송전탑. ⓒ정현진 기자
한옥순 씨는 심지어 송전선이 인근 주택 지붕 위를 지나가고 있는 지경이라면서, “마을 인근의 4개 철탑 만이라도 지중화를 시켜주든지, 이주를 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면서, “송전이 시작되면 시한부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을 할매들은 다 같이 철탑 아래서 죽을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구간 69기(청도군 17기, 밀양시 4개면 52기) 중 4개 면 52기는 지난 9월 말로 완공됐으며, 현재는 송전을 위한 전력선 설치 작업(가선)을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가선 작업은 오는 11월 말로 완료될 계획이며, 송전을 위한 변전소는 이미 완공된 상태다. 대책본부 측은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으면 12월 중에 송전이 이뤄질 예정이며, 주민들에게 정확한 송전 시기를 사전 공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규정이 없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밀양 4개면, 청도군 주민들은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밀양 송전탑 투쟁을 계기로 구성된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와 함께 상경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넘어 에너지 관련 악법을 겨냥한 싸움을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른바 3대 악법인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법)의 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1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서울에서 3대 악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10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한전본사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3대 악법을 알리는 선전전, 법개정을 위한 간담회, 탈핵주민 증언대회, 경찰청 항의 방문과 세월호 연대 활동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 평밭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화악산 자락 송전탑.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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