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도덕성, 노동자 존중해야

대한민국에서 재벌기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지지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8일 삼성과 스웨덴의 발렌베리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비교하는 한 토론회에서 성공회대 경제학과 신정완 교수는 발렌베리 기업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발렌베리 기업은 산업과 금융을 포괄하는 거대한 산업금융복합체이며 지배 가문이 지분에 비해 훨씬 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족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재벌인 삼성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발렌베리의 개별 기업들은 법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독립돼 있어,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 지원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상장 기업주식을 가문 구성원이 저가로 취득했다가 상장할 때 엄청난 차익을 본 사례도 없다.

발렌베리의 핵심구성원은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이나 CEO 혹은 이사로 등재돼 있다.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만 의사결정을 하며 “권력을 행사하고 그만큼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신 교수는 덧붙였다.

▲ 발렌베리 후계자의 사진.(사진 출처=EBS 지식채널e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또한 발렌베리 재단 수익의 대부분은 공익사업에 쓰이고, 재단을 통해 가문 구성원이 권력이나 재산을 축적하지 않는다. 재단 출연금은 계열사가 아니라 가문 구성원에서 나왔다.

또 다른 큰 특징은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일보 장승규 기자에 따르면 스웨덴은 25명 이상의 고용기업은 2명, 1000명 이상의 고용기업은 3명의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이사들과 동일한 의무와 책임을 진다.

이 토론회는 삼성그룹이 이건희 이후 체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기업집단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스칸디나비아학회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언론인모임에서 공동주최했다.

주최 측은 토론회 취지를 "(삼성그룹의) 불법, 비리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된 지배경영권의 독접, 세습과 무노조 경영방침이라는 전근대적 유습도 함께 세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삼성과 비슷하지만 국민적 사랑을 받는 발렌베리 가문을 비교하고자 한다고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밝혔다.

한편,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송원근 교수는 해결책으로 “재벌, 노동, 정부 각각의 주체가 자신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고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재벌은 법은 잘 지키고, 정부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푸는 출발점으로 “경제민주화”를 꼽고, “이를 전제로, 나아가 재벌 개혁도 가능할 것”이고 말했다.

▲ 28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삼성과 발렌베리의 기업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비교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이어 “파트너로 노동을 인정하는 재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을 실행하려는 의지와 실천을 전제로 할 때만 재벌과 노동을 사회적 합의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또한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성장을 주도했다거나  하는 등의 "신화"도 대부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강의실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는 20명가량의 청중이 참석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