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 정기총회에서 재론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를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의 답은 일단 “불가”였다.

지난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가정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최종 보고서에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고 기술한 조항이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13일 중간 보고서에서 “동성애자에게도 은사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교회에 헌신할 자격이 있다”고 발표한 내용에 대한 절충안이었으나, 최종 보고서 반영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180명 중 찬성 118명, 반대 62명으로 부결됐다. 가결되려면 투표자의 2/3가 찬성해야 하는데, 2/3 정족수는 120명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기존 교회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결과다.

▲ 창세기 19장에서 소돔의 사내들이 롯의 집으로 침입하려는 장면.(이미지 출처=en.wikipedia.org)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2003년에 발표한 문헌, <동성 결합의 법적 인정에 관한 고찰>에서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남자와 여자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된다”면서도, 동성애를 ‘정결을 크게 어기는 죄’로 규정, “교회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존중이 결코 동성애 행위에 대한 인정이나 동성애자 결합의 합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이른다.

이번 시노드 토론 내용은 각국 주교회의에 "의안집"으로 보내져 내년 10월에 다시 가정을 주제로 열리는 시노드 정기총회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가능 여부도 이번 시노드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 부분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시노드 전에 이혼 후 재혼 신자들이 혼인 무효 전에도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후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중간 보고서에서는 “이혼 후 재혼 신자들에 대해 교회가 충분히 존중할 것과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최종 보고서에서 가장 전향적인 입장이 반영된 것은 동거와 성사 없는 결혼, 그리고 피임 문제다. 보고서는 “결혼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남녀 커플 등 이성 시민 결합에도 긍정적 요소가 있으며 피임도 존중할 여지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사목적 배려’의 여지를 보였다.

특히 피임에 대해서는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이 인공피임에 반대하는 입장의 회칙 '인간 생명'을 발표한 이후, 가톨릭 교회는 인공 피임을 “하느님 창조 사업에 어긋나는 죄”로 규정해왔으나, 40여 년만에 다시 논의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노드 결과를 두고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현 신부(부산교구 가정사목국)는 “현재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역력히 드러낸 것”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송 신부는 특히 가정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배려가 힘든 이혼자, 동성애자 등 교회 내에서 약자인 이들에 대해 교회 전체가 해결책을 모색한 자리였다면서, “시노드 소집과 주제에 대해 교황이 결정한 만큼, 이는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껴안으려는 교황의 사목 지향이 가정 사목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노드’는 의결 기구가 아니라, 교황의 최종 사목적 결단을 위한 자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시노드 과정과 결과를 통해 교황은 전 세계 교회의 사목 현황과 현실을 확인하고 자문을 받는 것이며, 최종 결정과 문헌 작성은 교황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시노드에서 전례 없이 모든 과정을 공개한 것으로 볼 때, 내년 정기 총회에서는 보다 포괄적인 내용들이 풍부하게 다뤄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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