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973년 9월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행사 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요코아미쵸 공원에 세워진 추모비의 일부분이다.

“1923년 9월에 발생한 관동 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잘못된 책동과 유언비어 때문에 6000여 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귀중한 성명을 빼앗겼습니다. 우리(일본인)들은 지진 재해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조선인 희생자를 마음속으로부터 추도합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민족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존중하며 선린우호와 평화의 큰 길을 여는 초석이 된다고 믿습니다.”

1973년부터 매년 관동대지진 학살로 희생당한 조선인을 위한 추도행사가 열리고 있다. 관동대지진 학살이 일어난 지 91년째인 올해는 추도행사에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함께한다.

▲ 관동대지진 학살 추도행사 안내 포스터, 씨알 재단 제공
유영모와 함석헌의 사상을 계승하는 재단법인 씨알은 오는 9월 1일 추도비가 있는 도쿄 스미다강(隅田川) 야히로(八廣)에서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쵸(橫網町)공원까지 약 8km를 순례한 후 일본의 시민단체인 ‘봉선화’와 함께 추도행사를 진행한다. 이들은 도보순례를 하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일본 시민들에게 “치유와 용서, 화해”의 뜻을 담은 종이학을 나눠줄 예정이다.

1923년 당시 일본은 경제침체와 불안한 국내 정세를 수습하기 위해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를 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일본의 민심을 수습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일본 군인과 경찰, 자경단에 의해 학살된 조선인이 6661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단법인 씨알은 관동대지진 학살에 대해 “국가가 교묘히 개입해 민간인으로 하여금 민간인을 학살하게 만든 국가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안정행정부 국가기록원은 관동대지진 당시 피살된 290명의 신상명세와 피살 일시, 장소, 상황이 기록된 명부를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103명이 '관동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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