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 일정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로 마무리됐다.

이날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 시민들은 마지막으로 교황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명동성당 주변에 모여 “비바 파파(Viva Papa)”를 연호했다.

“정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속으로 나가라는 메시지 실천할 것”
“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모습 가장 인상적이었다”

교황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명동을 찾았다는 유영희(클라라) 씨는 “가장 높은 분이 가장 낮은 곳으로 가는, 섬기려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면서 이런 교황과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영희 씨는 교황 방한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광화문 시복 미사 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한 모습이었다면서, “세상 속으로 나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말씀에 나 역시 팽목항 봉사 활동에 나섰다. 정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 18일 명동성당 앞, 교황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4000여 명의 시민이 기다리고 있다. ⓒ강한 기자

무엇보다 그는 권위와 세속주의를 버리라는 교황의 말씀 역시 반가웠다면서, “방한 중 하신 말씀들은 모두 우리 사회를 향한 메시지였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 위정자들이 그 말을 알아듣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전교구에서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기호 씨 역시, 교황이 끊임없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일일이 위로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면서, “교황 방한으로 세월호 참사가 국제적으로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랐다. 교황의 행보로 유가족과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정기호 씨는 이번 방한 모토가 ‘일어나 비추어라’였다고 알고 있다면서, “교황의 뜨거운 가슴, 낮은 곳에 스스로 계시는 모습을 통해 항상 깨어서 가슴으로 실천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어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신자들 외에도 7대 종단 종교 지도자, 장애인, 새터민,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밀양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자, 용산참사 유족,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등도 초대됐다. 또 박근혜 대통령도 사제석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초대된 밀양과 강정 주민 등, 끝자리에서 경호원 감시 속 미사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들도 미사에 참석…통일과 평화 메시지 전하러

미사에 초대된 밀양과 강정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자들도 감회를 전했다. 이들은 교황 집전 미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애초 배석된 앞자리에서 맨 뒷자리로 자리가 변경된 점, 경호원들이 이들의 주변에 배치돼, 미사 내내 감시를 받아야 했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당혹감과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밀양 주민 한옥순 씨는 “미사에 초대된 것에 깊이 감사한다”면서 “미사에 참석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고,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우라는 메시지를 담아 밀양으로 간다. 교황의 뜻을 따라 평화를 위해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옥순 씨는 교황에게 전할 선물로 송전탑 반대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와 주민들의 편지, 스페인어로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을 적은 손수건 등을 준비해 전달했다면서, “교황이 우리의 평화를 위해 바티칸에 돌아가서도 기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럼에도 가슴 아픈 것은 정작 대통령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교황에게 대통령과 국민으로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밀양 주민들이 교황을 위해 준비한 선물 중 하나. 손수건에 스페인어로 쓴 글은 "밀양 주민들을 살려달라"는 말이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의 선물은 서울대교구 사무처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한옥순)

쌍용차 해고자 문기주 씨 역시, “교황님에게 한국에서 몇 천 명이 해고를 당하고, 또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기도를 청하고 싶었다”면서, 교황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을 아쉬워했다.

또 용산참사 유가족으로 참석한 유영숙(루시아) 씨는 “마지막 미사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언급해주시기를 바랐다”면서 “용산참사 역시 진상규명이 필요하지만, 지금 가장 아픈 이들을 세월호 가족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다 더 위로해주기를 바랐다. 영성체를 하면서, 용산참사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강정의 거리 미사에 교황님을 초대해 함께 미사를 드리고 평화의 춤을 추는 꿈을 꾸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 김미량(미카엘라) 씨는 교황 집전 미사에 초대된 것이 큰 은총이고, 강론에서 마치 강정의 대변인처럼 말하는 것 같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무척 불편했다고 말했다.

김미량 씨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공식적으로 초대받은 이들임에도 미사 내내 경호원들의 감시를 받는 것 같았고 이는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은 교황의 마지막 미사이기도 하고 평화와 화해를 지향한 미사였다. 그러나 미사의 분위기나, 추기경님의 메시지에는 그것이 없었다”며 당혹스러운 미사였다고 일침했다.

▲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 후, 밀양과 강정 주민, 쌍용차 해고자, 용산참사 유가족이 함께. ⓒ정현진 기자

또 김 씨는 “일어나라, 일어나지 않으면 춤출 수 없다”는 교황의 메시지를 기억한다면서 “교황님을 강정의 거리 미사에 초대하고 싶었다. 미사 후에 교황님과 함께 평화의 춤을 추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미사에는 러시아 연해주에 사는 고려인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남북 정부의 승인을 받아 평화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가 끝난 후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유경촌 보좌주교는 이들을 만나 격려했다. 고려인 33명은 한국인의 연해주 이주 150주년을 기념해 7월 17일 자동차로 모스크바를 떠나 16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들어왔다.

이 자리에서 유경촌 주교는 교황이 화해와 평화를 주러 온 때에 고려인들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방문한 것이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면서, “자주 교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가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연해주 흙에 농사짓는 콩을 심어 선물로 전달했으며, 15세기 정교회 이콘과 편지를 교황대사관을 통해 교황에게 선물로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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