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화해와 회심 촉구 -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 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며 명동성당에서 드린 미사에서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 방한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미사에는 위안부 피해자, 밀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노동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등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과 이를 위해 일하는 이들 1000여 명”이 초청됐다.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자신의 이번 방문의 정점이 이날 미사라면서, 남북 화해 등 한국인과 세계인의 화해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화해를 위해서는 회심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이 회심은 “참으로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그리스도인이 과연 얼마나 질적으로 기여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날 드린 가시 면류관. 38선 철조망으로 만들었다.ⓒ교황방한위원회
이어 그는 한국인이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불운하고 소외된 이들, 실업자, 번영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해 얼마나 복음적 증언을 하는가”를 반성하는 것을 회심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교황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1-22)는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며 한국인들이 의심과 대립,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 없이 용서하라는 예수님 명령이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불가능하고 비실용적이며 심지어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스도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십시오!”라면서 이것이 자신이 한국인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단언했다.

한편, 미사 중 신자들이 드리는 기도에서 세상의 평화, 분쟁지역, 분단으로 아픈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도가 끝난 뒤, 교황은 특별히 "이라크를 위한 기도"를 추가해 더 드렸다. 교황은 방한 직전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을 이라크에 특사로 파견했는데, 필로니 추기경은 원래 교황 방한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라크 방문으로 한국에는 오지 못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9시에는 성당 구내 문화관(꼬스트홀)에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 총무 김영주 목사 등 다른 종교 대표 12명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개혁 이후로 역대 교황들은 세계 각지를 방문할 때마다 거의 반드시 현지의 타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종교간 화해와 대화의 의지를 다지곤 한다.

교황은 오늘 12시 45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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