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9일 제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너구리의 파도로 1만800톤급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사진제공-강정마을회>

약한 태풍에도 1만톤급 대형케이슨 ‘휘청’...시민단체 “즉각 공사중단 해야”

2년전 태풍 볼라벤의 위력보다 낮은 태풍 너구리에 제주해군기지 시설물이 또다시 피해를 입으면서 제주해군기지 입지 타당성 문제가 다시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범대위, 전국대책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제주해군기지 사업중단과 입지타당성 재검토를 정부에 주문했다.

제주는 지난 9일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피해를 입었다. 당시 강풍과 높은 파도에 서귀포시 강정동에 건설중인 제주해군기지 해안시설물도 손상을 입었다.

해군과 강정마을회의 확인 결과 해군기지 접안시설의 파도를 막아주는 남방파제 끝 부분에서 1만800톤급 케이슨 3기가 위치를 이탈했다. 2기는 완전히 밀려나고 1기는 기울어졌다.

케이슨은 방파제의 뼈대가 되는 대형구조물이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케이슨은 폭 40m, 길이와 높이 각 25m의 아파트 8층 규모 시설이다.

▲ 7월9일 제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너구리의 파도로 1만800톤급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강정마을회는 방파제가 모래 위에 지어져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사진제공-강정마을회>

▲ 7월9일 제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너구리의 파도로 1만800톤급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사진제공-강정마을회>

시민단체는 비켜가는 태풍에도 시설물 피해를 입은 점에 비춰 향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해군기지 입지선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태풍 볼라벤 북상으로 해군기지 8000톤급 케이슨 7기 중 6기가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일부는 지금껏 방치된 상태다. 지난해에는 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태풍이 없었다.

시민단체는 방파제가 모래 위에 지어져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군이 모래를 파내 자갈을 올린 후 케이슨을 거치했지만 파도에 모래가 유실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강정마을회는 “태풍이 어느 방향에서 오든 이 같은 피해는 반드시 동반될 것”이라며 “비스듬한 파도가 아닌 정면 파도의 경우 더욱 위력적으로 방파제를 공격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군기지가 완공되더라도 끊임없는 파도에 시설이 훼손되고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며 “결국 제주 앞바다가 시멘트 페기물로 뒤덮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책회의 역시 “태풍 너구리 북상시 서귀포시의 순간 최대풍속은 19.5m/s로 2년전 볼라벤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 상태면 태풍 때마다 해군기지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 7월9일 제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너구리의 파도로 케이슨 상부 철구조가 엿가락 처럼 휘었다.<사진제공-강정마을회>

▲ 7월9일 제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너구리의 파도로 1만800톤급 케이슨 3기가 자리를 이탈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사진제공-강정마을회>

이어 “50년마다 오는 태풍 강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는 해군기지의 설명은 거짓”이라며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오류 검증과 입지타당성 재검토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제주도를 향해서는 “원 도정은 강정치유 이전에 해군기지 방파제 부실에 대한 안전진단 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피해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벌이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에 해군은 가(假)거치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케이슨은 속이 빈 상태로 제작돼 바다에 띄워지며 자갈 등으로 속을 채우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정거치된다.

현재 동방파제와 서방파제의 상당수는 정거치 됐고 나머지도 관련 작업이 한창이지만 남방파제의 경우 40% 내외의 속채움 상태로 가거치된 상태다.

강정마을회는 해군의 해명에 대해 “속채움을 하지 않았다면 태풍에 대비하지 못한 해군의 잘못이며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가거치의 주장은 일종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기사 제휴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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