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4일째, 안산 단원고에서

ⓒ정현진 기자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 복도.

다행히 돌아온 아이들은 반대편 교실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업을 받으며, 누군가는 집중하고, 누군가는 졸고,
또 누군가는 친구와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말로 키득거렸을 그곳에
바닥을 무너뜨릴 양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을 그곳에
이제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흔적만 터질 듯하다.

“너 지각이야.”
“좋아하는 과자 사뒀는데…… 돌아오면 맛있는 거 사줄게. 용돈 모으고 있어.”
“내 글씨체 바로 알아보겠다면서……. 내 글 보고 빨리 돌아와.”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과 억울함, 애통함을 뒤로 하고
복도 저 끝 빛처럼 환한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
하늘은 그렇게 그들을 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과 살아갈 이들을 보듬을 것이다.

(7월 8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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