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철 신부 “마르코 복음은 떠나는 삶 강조하려고 ‘즉시’란 말 41번이나 사용”
박종천 총장 “복음화는 제국에 대한 반문화적 저항”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신학과사상학회 주최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진리관에서 지난 7일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관한 가톨릭 · 개신교 합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와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가 축사를 하고,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도 발제를 맡았다.

▲ 백운철 신부
<복음의 기쁨>의 신약성경적 배경과 한국 교회의 과제를 다룬 백운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는 “<복음의 기쁨>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쓴 글이라기보다 복음에 대한 열정과 예언자적 영감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교회의 비전을 열어 보이되, 매우 자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필치로 교회 내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고 있는 백과사전적 담론”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권고를 관통하는 주제는 ‘복음 선포의 기쁨’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헌신’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황은 해방신학의 견해처럼, 구원의 역사와 일반 역사를 구분하지 않고, 성과 속을 이원론적으로 분리시키지 않으며,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을 차별하지 않는 가운데 “저마다의 특성과 고유한 사명을 강조하는 종말론적 포괄주의”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체계적인 교의보다 케리그마적 단순함을 선호하고, 모호한 기도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이 역시 해방신학의 ‘정통실천’ 우선의 태도와 맞물린다.

교황 "그리스도인은 파견된 사람들"
선교를 중심으로 사목하는 교회 희망해

백 신부는 교황이 그리는 교회는 ‘길 떠나는 교회’이며, 마르코 복음에서는 떠나는 삶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예수가 다른 곳으로 서둘러 떠나는 모습을 ‘즉시’(euthys)라는 부사로 무려 41회에 걸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은 최근 한 설교에서 “그리스도인은 결코 정지해 있지 않고 계속 걷는 이,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며,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파견된 사람임을 주목한 교황은 주님께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파견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은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설파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부’와 ‘목자’라는 개념을 사용해 “교황이 추구하는 바는 선교를 중심으로 사목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사회는 “생존과 성과를 위한 무한경쟁에 휘말려서 하느님을 위한 여백마저 없는 극도의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앙인들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도들이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요한 1,39)는 구절처럼 예수를 만난 그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듯이 “우리 역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던 기억을 회상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최민순 신부의 ‘받으시옵소서’에서 전하는 것처럼 “본시 없던 나를 있게 하시고” 조건 없이 나를 받아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피로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 박종천 총장
교황 권고를 조직신학으로 분석한 박종천 총장(감신대)은 “<복음의 기쁨>은 성경적이고 고대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의 고백을 회복한 문헌”이라며 그리스도의 인격에 중심을 두는 전통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음에 의한 회심은 “은혜의 가장 위대한 혁명”이며, 복음화는 “제국에 대한 반문화적 저항”을 지향하고, 성령은 하느님 백성이 새로운 복음화로서 “토착화”를 수행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복음적 회심이란 “자아의 욕망을 지배하고 타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우상숭배의 지배체제인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주는 거짓 평화와 거짓 행복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 구체적인 표현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승리를 진리와 동일시하고, 정의를 권력과 동일시하며 결국에는 권력에 의한 승리를 하느님의 섭리와 동일시하려는 시도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하여 승리했기에 정의롭고 진실하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 총장은 “이것은 복음의 논리는 아니다”라며 “복음화의 논리는 예수님 당대의 로마제국이나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의 제국이나를 막론하고 제국의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변방과 변두리에서 구원의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가난한 처녀의 몸으로 메시아를 잉태한 ‘마리아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희생 아니라 자비 요구한다
복음적 회심은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으로 드러나야..

또한 ‘시장의 우상화’를 비판하며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모든 사회적 문제를 시장체제가 요구하는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정당화하는 데 반대하며, 해방신학자 정성모의 말을 빌어 “하느님은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우상은 인간생명의 희생을 요구하는 신이다. 그는 가난한 자들을 용서하지도 않고, 그들의 외침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반면에 하느님은 그 외침을 들으시고 자비를 은사로 제공하시며 희생을 요구하시지는 않는 분이다.”

이런 점에서 박 총장은 개신교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가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가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김 목사의 논리대로 하면 세월호 희생자들은 하느님이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희생시킨 제물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원하시는 하느님을 계시해 주신 예수님의 말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은 평화 문제를 다루며 “그리스도교의 평화는 한 마디로 정의로운 평화”라며, 나아가 “정의가 실현되는 과정”이고 “소유가 아니라 연대를 통해 공동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성영 교수(한신대)는 “타자와 더불어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에큐메니칼 여정”을 소개했으며, 이병호 주교는 <복음의 기쁨>이 출현하게 된 배경으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와 아파레시다 문헌, 성 이냐시오의 영적 훈련을 소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과 언어의 특징 등을 살폈다.

▲ 지난 7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진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관한 가톨릭 · 개신교 합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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