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열려

지난 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지 10년째 되는 2007년 12월 30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마당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사형폐지국가 기념식’이 열렸다.

국제 앰네스티에서는 사형집행을 10년동안 하지 않는 국가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134번째로 사형폐지국이 된 것이다.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준비위원회와 유인태 국회의원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최기산 주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유인태 의원,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이상혁 변호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장 고은태 교수 등 종교.인권.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사형수의 대모’ 조성애 수녀, 인혁당 사건 사형수 하재완 선생 미망인 이영교 여사, 유영철 살인 피해자 유족 고정원씨 등도 참석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오늘 이 시간에도 감옥에서 수많은 사형수들이 육신은 춥지 않지만 마음은 떨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 조성애 수녀님은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라며 콜로새 서간 3장에 있는 구절을 읽어주었다.

유영철 피해자 유족 고정원씨는 “유영철을 죽여봐야 자신의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두 주먹을 쥐고 “사형폐지!”를 외쳤다.


‘사법 살인’으로 일컬어지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족 이영교 여사는 “33년 전 나는 사형수의 아내, 아이들은 사형수의 자식이 됐는데 최근 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을 받았어도 돌아가신 남편은 돌아오지 않아 별로 반갑지 않았다.”며 “이 세상에서 사형이라는 제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장인 이영우 신부님은 “아프간의 피랍인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태안에서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국민들의 애정이 사형수들에게만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잠깐의 사형수 생활과 무기징역 생활을 했던 황대권씨는 “사형수의 문제는 그 개인에 문제가 아니라 생명문화가 사라져가는 사회 전체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형폐지국가 선언문을 낭독한 뒤 현재 수감중인 사형수 64명을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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