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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용산철거민들과 연대의지 밝혀

 

   

사진 김용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은 지난 2월 2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을 추모하고, 이명박정권의 교만을 꾸짖는 ‘용산참극과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사제단은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하여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불의한 정권에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을 선언했다.

이날 시국미사 현장 주변에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준비한 16개의 만장이 등장했는데, 만장에는 "인색한 부자야, 오늘 밤 네 영혼을 데려갈 것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또한 제대 정면의 펼침막에는 "네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울부짖고 있다"는 성경 구절이 인용되었다.

김영식 신부(원주교구)는 강론에서 “용산철거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있어 아프고 또 아프다”며, “평등하고 분배질서가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들고 소외받는 이들의 친구이며 든든한 배후가 되겠다”고 연대의지를 밝혔다. 김신부는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숭례문이 불탔다, 이제 1년을 정리하는 시점에 대통령과 정부는 철거민을 불태워 죽였다"며 "남은 4년이 지금과 같다면 이 대통령과 정부를 국민의 마음속에서 지워버리자"고 말했다. 

김 신부는 강론에 앞서 고 이성수, 윤용헌, 이상림씨 등 용산 참사 희생자 5명의 이름을 차례로 소리 높여 부른 뒤 "이명박 정부의 잔혹하고 무지막지한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깨닫게 해준 그분들을 열사라고 부르자"고 호소했다.

미사를 주례한 전종훈 신부(서울대교구)는 “종교는 정의이며 정의는 연대”라고 말하며 사제단은 유가족과 함께 비폭력ㆍ평화적 방법으로 용산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으며, 미사에 참여한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정권의 독재를 우려하며, “사제단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사회전반에 걸쳐있는 일방적인 것에 대항할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고 박종철열사의 아버지 박정기(80)씨는 <지금여기>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이번 용산참극은 현정권이 보여준 인권의 현주소와 역할을 입증하는 장면”이라면서 “공권력의 힘도 강하지만 국민의 힘도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미사에는 100여명의 사제들과 500여명의 신자들을 포함하여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미사 후에는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밤 11시 가까이 명동성당에 도착한 참여자들은 마무리 집회를 갖고 곧이어 해산하였다.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총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용산 참사의 진실을 사제단이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목숨을 다한 자는 없다, 우리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용길


배은주/지금여기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선언문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
 
 
"헤로데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렸다. 이리하여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마태 2,16-18)
 
세상과 동고동락해야 할 교회의 운명
 
1.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일들을 괴로운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나눠서 그야말로 동고동락해야 하는(사목헌장1항) 교회의 운명을 새삼 무겁고 절박하게 깨닫습니다.
 
2. 용산 참사는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파국의 종점은 어디인지 국가구성원 모두에게 질문과 충격을 던진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제들은 대한민국에 덮친 재앙과 불행의 현실에 대해서 경고와 호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공권력에 대한 근본 질문
 
3. 먼저 국가와 공권력의 존재이유를 따져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공적인 것(Res publica)은 바로 국민의 것(Res popoli)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하는 바른 정치가 공화국 탄생의 근본 동기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몇몇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용산 참극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국민으로 대하지 않고 서슴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은 정당성을 잃어버렸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경찰과 진실을 감추는 검찰을 두둔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우리를 슬프고 울분에 떨게 만듭니다. 유감스럽지만 1987년 어느 대학생의 죽음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했던 일 하나로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려야겠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행복은 물론 생명마저 서슴없이 빼앗고 또 이를 법률, 질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면서 이에 항의하는 연대를 외부세력, 테러집단, 좌파로 규정하는 현실을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과 염려
 
4.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입니까? 사방에서 들려오는 통곡과 비탄 그리고 한숨소리에 우리 사제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국민 분열의 죄
 
4-1.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함께 가난해지고 함께 넉넉해지는 '환난상휼'과 '공생공락'의 믿음을 깨뜨린 죄는 더욱 무겁습니다. 하필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부자들의 세금을 우선 걱정하고, 의혹과 우려를 윽박질러가며 극구 미국축산업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편드는 등 국민의 마음에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낸 일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잦은 거짓말이 불신의 병을 키웠습니다. 손바닥 뒤집듯 대담하고 뻔뻔하게 말을 바꿀 때마다 국민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고, 대한민국은 양심과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 배려와 연대, 참여와 책임, 정의와 중용처럼 금세기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고, 반대로 반칙과 불공정, 편법과 탈법 등 강도의 윤리가 득세하는 도덕 파탄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사왜곡과 폄하의 죄
 
4-2. 가장 뻔뻔스런 거짓말은 역사 왜곡입니다. 건국 60년을 운운하고 4.19 혁명을 데모라고 깎아내리며 동영상 교과자료에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한국사회가 희생과 투쟁으로 일궈낸 귀중한 역사를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기세라면 헌법이 명시하는 3.1 운동과 4.19 혁명의 민주이념마저 부정하여 국기를 흔들 것이며 사찰과 도청, 감시, 연행과 고문 등 민주 양심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민족분열의 죄
 
4-3. 화해와 상생의 남북관계를 일거에 무너뜨린 일은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숱한 실정 가운데 가장 절망스런 일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며 민족공동체 앞에 중대한 범죄입니다. 급기야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모든 합의사항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까지 폐기될 지경입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이르렀는데, 경제위기에다 전쟁위기까지 불러일으키면서도 남북 관계쯤 망해도 좋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니 통탄할 노릇입니다.
 
민주주의 파탄의 죄
 
5.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궁극적 목표는 민주주의의 근본토대를 완벽하게 붕괴시킴으로써 부당한 권력을 영구히 사유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의 도구인 방송과 인터넷 장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공영방송과 은행 등 각종 공적인 가치들을 재벌이나 족벌신문에게 나눠주려는 무수한 음모를 보고 있으면 불과 십년 전까지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던 독재 권력들의 뿌리 깊은 악행들이 되살아난 듯 섬뜩할 따름입니다.
 
선언과 호소
 
6.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느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입니다.
 
7. 신앙의 소명과 역사의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제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권력과 나라의 장래를 언제까지 맡기고 인정할 것인지 함께 고뇌를 나누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정의 없는 평화는 양들의 침묵일 뿐입니다.
 
8. 한국사회는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읍시다.
 
2009. 2. 2 주님봉헌축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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