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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용산참사 규탄 시국철야농성, 명동성당 앞에서 시작

 

   
▲ 일부 시민과 범대위 대표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미처 진입하지 못한 범대위 대표들이 경찰 방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월 11일 오전 11시 경찰이 명동성당 들머리 진입로를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국철야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동성당에 이미 들어가 있던 대책위 대표들과 경찰 방벽 앞에 펼침막을 바닥에 깔고 앉은 대표들이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과하고 김석기, 원세훈을 구속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권의 하수인 검찰이 또 다른 하수인인 경찰의 무죄를 선언함으로써 사법정의는 스스로 죽음을 고했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범국민대책위원회 김태연 상황실장은 "정권이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상황에 맞서 시국철야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한열군의 어머니인 배은심 유가협 회장은 “어제 검찰이 용산 참사 조사 결과를 밝히고, 이명박 대통령이 김석기 내정자 한 사람 사퇴하는 것으로 모든 걸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김석기 내정자가 아니라 이쯤해서 이명박이 청와대에서 나오기에 딱 맞을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농성에 참여한 한 시민이 유인물을 읽고 있다.

경찰은 이날 명동 성당 인근에 3개 중대 2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날 아침에 명동성당측에서 남대문경찰서에 시설보호요청을 해왔다고 경찰측에서 밝혔다. 명동성당 사무실에 확인 결과 “명동성당 훼손과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경찰병력을 요청한 게 사실로 드러났다. 성당측 사무실 직원은 <지금여기>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농성을 하면 아무데서나 담배들을 피워서 화재의 위험이 있고, 주변이 더러워지며, 마이크 소리 때문에 성당에서 제대로 미사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내’라고 쓰여진 어깨띠를 두른 한 경비직원은 손에 묵주를 들고 연신 ‘성모송’을 읊조리며 경찰들과 함께 성당 출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해 주었다. 한편 경찰들이 성당 입구를 봉쇄하고 있어서 가톨릭회관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출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회관에 근무하는 한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는 계속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면 경찰을 불러들인 명동성당측에 항의할 예정이라고 <지금여기>에 밝혔다.

한편 농성에 참가한 오영자(루비나, 유가협 회원, 69세)씨는 <지금여기>에 “명동성당이 사람 가려서 다니는 땅이냐. 신부님이 시켰다니 말이 안 나온다”며 한탄했다. 이어 “지금은 유신 때보다 더 한다. 성당이 예수님 말씀 따라서 실천해야 하는데, 전경 투입해서 길을 막았다. 정치인이나 신부님이나 성경대로 실천하라”고 하면서 “누구든지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고 어려움을 하소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병력을 요청한 신부들은 각성해야 한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주님을 생각하며 이렇게 호소하러 왔는데, 성당 들머리를 막고서 어떻게 성당에서 설교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경동(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씨는 <지금여기>에 “가장 절박하게 생존권 요구를 외치다가 하늘로 올라간 이들인데, 시신조차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다. 시신이 가족의 동의도 없이 훼손된 상태인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검찰은 아들이 아버지를 방화치사했다는 식이다. 시신조차 받지 못하고 한달이 넘도록 고통받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물을 교회마저 안아주고 위로해주지 못한다면 말이 되느냐”면서 “교회가 사회적 중재에 나서서 억울한 사정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명동성당 입구를 가로막은 경찰은 성당측 직원의 지원을 받아 출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정오가 되자, 명동성당에서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당 쪽으로 먼저 들어와 있던 범국민대책회의 농성자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에 앉기 시작하자, 성당측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여기서 나가달라”고 농성자들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빈민사목위원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 역시 지난 2월 4일 임시총회를 열고 용산 철거민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농성기간 중 명동성당측의 입장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범국민대책위는 기자회견 후에 마이크 소리를 줄여가며 이날 오후부터 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시국철야농성에 돌입했는데, 이 농성은 2월 14일 제4차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리는 토요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한편 2월 18일에는 비상시국회의가 범국민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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