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송전탑 건설예정지에서 움막농성을 하는 주민에 대한 한국전력의 계고기간이 14일로 모두 지나면서 밀양송전탑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구자환 기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밀양시 부북면 송전탑 현장에서 경찰·한전과 반대주민의 첫 충돌이 15일 오전에 벌어졌다.

129번 송전탑에서 농성중인 주민은 이날 벌어진 충돌에 대해 기자와 연대단체 회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습격당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고 경찰과 함께 동원된 이들에 대한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주민과 연대단체 회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12명 정도의 경찰과 한전직원은 127번 송전탑을 향하다가 이를 발견한 농성 중인 주민들과 마주쳤다. 항의하는 주민에 대해 “둘러보러 왔다”는 말로 별다른 충돌없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돌렸다. 스마트폰 촬영에 대해 현장 활동가가 “등록되지 않은 장비로 체증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항의하자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과 한전의 본래의 작전은 따로 있었는 것이 주민의 추측이다. 주민들은 경찰 등이 움막에 파놓은 구덩이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농성장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활동가는 129번 송전탑에서 이 소식을 들고 129번으로 달려간 이후 11시 10분께 129번에서 또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당시 129번 움막에는 할머니 3명과 연대단체 활동가 1명이 지키고 있었다.

▲ 한 모 씨는 한전과 경찰, 용역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15명이 갑자기 들이 닥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짓눌리고 손과 발등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구자환 기자

한모 씨는 한전과 경찰, 용역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15명이 갑자기 들이 닥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짓눌리고 손과 발등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발견한 한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왜 왔느냐”고 물었고, 이들은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한씨가 한 경찰의 옷을 잡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한 씨는 이내 쓰러져 이들에게 무릎으로 짓눌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웃옷을 벗어 던지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씨등은 전했다.

이 사이 한 사람이 구덩이 내부를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으나 활동가 한 사람이 제지해 촬영에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129번 상황은 약 15분여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주민들이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오늘 보여 준 대답은 발길질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129번 농성장에서 벌어진 폭력행위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절차와 법, 인권을 무시한 채 벌어진 오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느낀다”며,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련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일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날 폭력을 행사한 괴한들이 사복경찰이라면 이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국가폭력”이라고 강조하고, “불법채증과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등산복 차림의 폭력배들이 누구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충돌에 대해 밀양경찰서는 “움막 내부의 위험물을 확인하기 위해 간 것이며 위험물이 있을 경우 경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 신분증을 제시했고 인원은 모두 경찰관이었다”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경찰의 폭력행위는 없었으며 주민이 매달리다 상처가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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