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삼두의 정주일기]

 
눈뜨기 무섭게
지천의 꽃들 들불로 번집니다.

평생 이렇게 따신 봄도
평생 이렇게 두서없는 봄도 없었습니다.

늦눈마저 범벅이 되어
봄눈이라 이름 했던 낙화의 정취마저 어리둥절했고―

―아둔한 감수성 위로
알아듣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지금 돌개바람에 쓸려가고 있습니다.
 

 
 

하삼두 (스테파노)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현재 밀양의 산골에 살며 문인화와 전례미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성당과 수도원, 기타 교회관련시설에서 미술작업을 했다. <그렇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지금여기> 등 명상그림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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