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인사 중심 정부 주관 추념식, 본말 전도된 것” 비판
추모미사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 불러.. ‘아름다운 나라’ 연주된 국가행사와 대조

▲ 제주교구가 3일 저녁,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운데) 주례로 4.3 사건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제주교구)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제주 4.3 사건’ 66주년 추념일을 맞아 3일 저녁, 제주 중앙성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은 사상 처음으로 국가 주관 4.3 사건 추념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국가 주관 4.3 추념행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매듭 하나를 풀었다는 의미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참된 추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주교는 우선 제주도민과 제주 가톨릭 신자들이 4.3의 기억을 되살려야 하고, 국민 모두가 4.3 사건을 제대로 배우고 고민하며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우일 주교는 “4.3 사건은 국가가 주도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임을 분명히 하면서,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것은 “4.3이 국가의 책임으로 벌어진 비극임을 만천하에 인정하고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보자는 공적인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주교는 이날 오전 4.3 평화공원에서 진행된 정부 주관 추념식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실망감을 표했다. 강 주교는 “일반 시민들, 평범한 옷차림으로 오신 어르신들은 행사 절차의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제단 뒤쪽에 위패를 모신 위령동이나 묘역 주변을 참배하고는 구경꾼처럼 고위층 인사들의 행사를 쳐다보고 있었다”면서,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주교는 “나 자신도 대단히 불편하고 송구했다”고 고백하면서, “위령탑 제단 앞 제일 윗자리에 4.3 사건으로 상처받고 고통받아온 생존자, 유가족과 그 자손을 앉히고, 총리나 도지사는 거적이나 멍석을 깔고 그분들을 향해 용서를 청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 4.3 사건 추모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제주교구)

“하느님은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을, 무슨 작정으로 허용하신 것인지, 이런 비극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가 무엇을 배우기 원하시는지, 또 그 4.3의 비극을 오늘의 우리 현실과 어떻게 연결시키기 원하시는지 우리는 계속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비로소 우리는 고인들의 영전에서 영원한 안식을 청할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 주교는 이어 4.3 사건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서는 4.3이 무엇인지 올바로 알아야 하며, 희생자들의 증언을 통해 제주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4.3 사건이 단절된 역사가 될 것을 우려하면서 “우리는 4.3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4.3 사건의 무엇을 증언하기 원하시는지 배우고 고민하며, 하느님이 맡긴 증언자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추모미사에서는 파견성가를 대신해 4.3 사건의 아픔을 담은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불렀다. 한편 국가기념일 행사로 치러진 추념식에서는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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