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3월부터 대중가요나 생활성가를 복음적 · 영성적인 관점에서 듣고 이야기하는 음악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성민 수녀(살레시오수녀회)와 황난영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께서 함께해주십니다. ―편집자

가수 임재범의 노래 중에 ‘살아야지’라는 노래가 있다. 나에겐 그 노랫말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 비수처럼 꽂힌다. “날개 못 펴고 접어진 내 인생이, 서럽고 서러워 자꾸 화가 나는 나”라는 구절이 어려움 속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노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 임재범 (SBS 영상 갈무리)
산다는 건 참 고단한 일이지 / 지치고 지쳐서 걸을 수 없으니
어디쯤인지 무엇을 찾는지 / 헤매고 헤매다 어딜 가려는지
꿈은 버리고 두 발은 딱 붙이고 /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가끔씩 그리운 내 진짜 인생이 / 아프고 아파서 참을 수가 없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 춥고 아프고 위태로운 거지
꿈은 버리고 두 발은 딱 붙이고 /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날개 못 펴고 접어진 내 인생이 / 서럽고 서러워 자꾸 화가 나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난 나도 모르게 분류심사원에서 만난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2013년 한 해 동안 난 분류심사원에서 여자 청소년들을 만났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아이들 탓이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얼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문신을 하고, 온몸에 용 문신을 해도 아이들은 그저 그 순간에 좋아서 했을 뿐이었다. 친구가 하니까, 멋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그랬을 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버릴 수 없는 것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일류 유명 메이커의 의류이고, 화장품인 아이들. 그만큼 아름다움이 소중하고, 예쁘게 보이고만 싶은 아이들.

가장 기뻤던 기억이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이고, 가장 슬펐던 기억이 그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던 순간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 남자친구가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때이고, 자신의 꿈은 그 남자친구의 부인이 되는 것이라고. 온통 남자친구에 몰두해 생각하고 말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아이들을 보며, 난 그들의 오늘을 만들어낸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자동차 광고에도 짧은 미니스커트의 아가씨가 필요하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노래보다 의상에 신경을 써야 하고, 노래보다 과한 노출이 마치 아름다움인 양 당연시되는, 부끄러움을 잊은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지 묻고 싶다. 온 가족이 함께 TV를 보는 시간에 불륜을 담고 있는 드라마가 방영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관계자들에게, 그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에게 재미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전해주고 싶은지 묻고 싶다.

그래서 별을 보고 꽃을 보며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를 하고,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그런 나눔을 통해 내일을 꿈꾸고 우정을 배우며,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배우기 전에, 성(性)의 유희를 배워버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번은 아이들이 경찰에 끌려들어오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 이렇게 잡혀 들어오는구나!’ 하며 내가 바라본 아이들은 밧줄에 칭칭 동여매듯 묶여, 양 쪽에 두 분 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봉사자 중의 누군가가 내 뒤에서 말했다. “정말 굴비 엮듯이 끌려오네.” 아이들의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들어 있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는 표정 너머 숨어 있을, 두렵고 아픈 마음은 지금 떨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바로 이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소년원으로 보내지 말고 차라리 어른과 같은 형벌을 주라’는 세상의 회초리를 맞고,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고,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그 아이들의 목소리로 듣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다. 때로 세상의 유혹 앞에서 마냥 흔들리고 싶을 때도 기억하라고. 꿈은 꿔야 한다고. 매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네 잎 클로버의 한 번의 행운보다, 세 잎처럼 매일의 행복을 찾아보자고. 그렇게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다. 칼날의 끝으로 손목 위부터 팔꿈치까지 1센티미터 간격으로 줄줄이 그어진 자해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이며, “아프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아이처럼, 아픔을 새기지만 말고, 소리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살아야지. 비록 때로는 쓰러져 울지라도, 꿋꿋하게 살아야지, 얘들아.
살아야지. 너희는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돈 보스코 성인)하니까.
살아야지. 너희는 아직 피워야 할 꽃이 있으니까. 피워 내야 할 잎이 있으니까.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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