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의 향기 신년기획 3] 한국에서 만난 이슬람

세계 3대 종교는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이다. 그 중 이슬람은 전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57개국이나 되는 나라에 퍼져 있는 이 종교를 말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히잡이나 부르카로 얼굴과 몸을 가린 여성, 일부다처제, 혹은 팔레스타인 분쟁이나 과격 테러리스트? 부정적 시선을 거두어도 이슬람에 관해 연상되는 것은 고작 아랍 국가, 아름다운 모스크, 무함마드와 꾸란, 술과 돼지고기 금기,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 등이다. 사건이든 이미지든 극단적이거나 단편적이다. 어찌되었든,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은 ‘낯선 이방인들의 종교’인 것이다.

아랍어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채은영(이슬람 법명 ‘누라’) 씨는 2년 전 ‘샤하다’를 하고 무슬림이 되었다. ‘샤하다’는 두 명의 무슬림 증인 앞에서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이 없으며 사도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도입니다”라고 말하는 신앙고백이다. (* 한국 이슬람에서는 알라를 ‘하나님’으로 번역한다.) 이 짧고도 간단한 의식을 한 날부터 은영 씨는 무슬림으로 살아왔다.

▲ 한국인 무슬림 채은영 씨 ⓒ문양효숙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은영 씨는 ‘기본 소양을 쌓자’는 마음으로 ‘이슬람 사상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했다. 한 주, 두 주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 참 맞지, 정말 그렇지’ 하는 생각이 커졌다. 학부 때 어학 연수차 머물렀던 시리아에서 만난 무슬림들에게 받은 좋은 인상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착하고 순수했어요. 가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 술도 안 마시고 이성과 어울려서 노는 문화도 없는데 이슬람의 테두리 안에서 다들 잘 살고 있었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좋은 인상을 받긴 했지만, 그냥 ‘그들만의 종교’였죠. 너무 낯설었으니까요. ‘이슬람 사상의 이해’를 같이 수강한 친구들도 아마 거기까지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수업이 끝난 다음에도 뭔가 더 알고 싶었어요.”

이후 은영 씨는 꾸란을 읽고 공부했다. 선뜻 무슬림이 되기엔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고 했다.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개신교 신자였고, 한국인으로 무슬림이 된다는 게 두렵기도 했다. 혹시나 무슬림이 되었다가 후회하면 어쩌지 싶어 신중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11년 5월, ‘그날’이 왔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사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신기했죠. 바로 가방을 챙겨 이슬람 사원에 가서 샤하다를 했어요.”

그날부터 이슬람 삶의 방식을 따랐다. 그는 이슬람이 인생의 지침이라 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을 하는 구체적인 일상에서 더 지혜롭고 착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잡아주는, ‘살아가는 방법’임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이슬람 신앙생활의 기본인 5개의 기둥과 6가지 믿음

이슬람 신앙생활의 기본은 5개의 기둥과 6가지 믿음이다. 무슬림 삶의 뼈대인 5개 기둥은 신앙고백(샤하다), 하루 다섯 번의 예배(살라트), 구빈세(자카), 라마단 달의 단식(싸움), 성지순례(하지)이고, 믿어야 하는 6가지는 하나님, 천사들, 성서, 선지자와 사도들, 심판의 날, 정명(운명)이다.

은영 씨를 만난 이태원 사원에서도 매일 다섯 번의 예배가 있다. 짧으면 5분, 길어봐야 15분 정도 소요되는 예배는 직장, 가정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전세계 무슬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향한다. 메카는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이슬람력 12월 첫 주에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성지다.

오후 한 시가 되기 조금 전, 두 번째 예배를 알리는 아단(예배 시간을 알리는 사람의 음성)이 울려퍼지자 은영 씨는 사원 2층을 향했다. 사원은 2층은 여성, 1층은 남성으로 예배드리는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이맘의 인도에 따라 다 함께 절과 앉는 자세를 반복하고 꾸란 구절을 낭송하는 예배는 10여 분 만에 끝났다. 예배가 끝난 후에도 많은 이가 남아 자유롭게 개인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이끄는 ‘이맘’은 누구나 될 수 있고 성직자는 따로 없다.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교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다 똑같은 인간이니까요. 하나님과 무슬림의 관계를 매개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없어요. 다섯 번의 예배를 정말 진실되게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아는 건 오로지 하나님뿐이시죠.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흔히 사람들이 ‘이슬람은 사도 무함마드를 믿는다’거나 ‘무함마드교’라고 하는 것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사도 무함마드를 존경하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긴 하지만 25명 하나님의 사도 중 한 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슬람에서 무함마드는 “영원한 메시지의 요약이며 가브리엘 천사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최후 메시지를 계시한 선지자”이다.

▲ 서울 한남동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할랄, 인간에게 ‘허용된 것’

예배 후 두 명의 무슬림 친구와 식사를 하러 갔다. 한 명은 중앙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인도네시아 유학생, 다른 한 명은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이집트 유학생이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이들은 근처 케밥 집으로 향했다. 사원 근처에는 한국어 간판보다 영어와 아랍어 간판이 흔할 정도로 카레나 케밥을 파는 곳이 많다. 그 중 은영 씨가 ‘줄서서 먹는 맛집’이라고 소개한 작은 케밥 가게 앞에는 ‘할랄(HALAL)’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할랄’은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다.

흔히 무슬림들이 먹지 않는 음식으로 술과 돼지고기를 떠올리지만, 사실 무슬림은 이슬람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모든 육류를 먹지 않는다. 이슬람식 도축은 먼저 ‘비스밀라’(‘하나님의 이름으로’라는 뜻)를 세 번 외치고 동맥을 잘라 한 번에 죽여야 하며, 다음에 피를 모두 빼 고기만 취하는 방식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식당 앞의 ‘할랄’은 이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할랄은 음식뿐 아니라 결혼식, 의복, 금융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따라야 하는 총체적 삶의 방식이다.

식사를 하면서 이들은 이슬람에 대한 오해에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은영 씨의 이집트 친구는 “이슬람은 여성 억압적이라고 말할 때 실은 이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라면서 “일부다처제에 대한 것도 오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계시가 내려진 역사적 상황을 봐야 하는데, 당시에는 전쟁이 빈번해 절대적으로 여자가 더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꾸란에 내려진 계시에는 ‘너희가 첫째 부인으로부터 넷째 부인까지 평등하게 대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어요. 평등은 마음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물질도 그렇게 하는 걸 의미해요. 책임지는 거지요. 책임지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지 않으면 ‘하람’(금하는 것)이 돼요. 할 수 없으면 못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 쉽지 않잖아요. 이집트에도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부인이 두 명인 경우는 찾기 힘들어요.”

▲ 서울 한남동 이슬람 사원 ⓒ문양효숙 기자

그는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에 관한 기록. 꾸란과 하디스는 무슬림의 경전이다)에는 ‘천국이 어머니 발밑에 있다’고 가르친다”며 “천국에 가고 싶다면 어머니를 존경하고 따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히잡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히잡을 쓴다”고 말했다.

“히잡을 쓰는 건 누군가의 관심을 끌 만큼 아름다운 부분을 가리는 거예요. 저도 저의 어떤 아름다운 부분이 다른 이를 유혹할 수 있다면 가려야 해요.”

그는 히잡을 인간관계를 지킬 수 있도록 자신의 아우라를 가리는 일종의 절제, 혹은 보호의 의미로 해석했다. 실제로 꾸란에도 이와 관련된 구절은 24장 31절 하나로, “밖으로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니라. 즉 가슴을 가리는 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의 부모, 자기 부모, 자기 자식, 자기 형제, 형제의 자식, 소유하고 있는 하녀, 성욕을 갖지 못하는 하인,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이외의 자에게는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되니라”라고 되어 있다. 유혹하는 것, 아름다운 것으로 언급한 구체적인 신체는 가슴뿐이다. 나머지는 역사 속에서 법학자들의 해석에 의해 결정되었다. 머리만 가리는 히잡뿐 아니라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 얼굴까지 가리는 ‘부르카’ 등 국가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쓰개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슬람 국가에서 실제로 벌어진 여성 억압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히잡의 종류가 여럿이듯, 이슬람의 여성 인권 상황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얼굴을 드러내면 법적 제재를 받고 남편이나 남자 형제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어 현재도 여성에게 운전면허가 발급되지 않는가 하면,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 국가 사상 처음으로 1988년 여성인 베나지르 부토를 총리로 선출하기도 했다. 이슬람은 종교뿐 아니라 정치, 사회, 역사 등 여러 가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그러니 하나의 총체로 이슬람의 여성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다만 무슬림들이 계시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는 꾸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믿음으로 선을 행하는 모든 남녀에게 하나님은 행복한 삶을 부여할 것이며, 또한 하나님은 그들이 행한 선에 대하여 최상의 것으로 보상하리라.” (16장 97절)

▲ 채은영 씨와 몇 명의 무슬림이 꾸란을 공부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한국에서 무슬림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 무지에서 오는 편견 심해

한국에서 이슬람으로 사는 건 외국인보다 한국인에게 더 어려운 일이다. 사원에서 만난 송보라(올라) 씨는 “지하철에서 봉변을 당한 이후로는 평일에 히잡을 잘 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친구들이랑 지하철을 타고 가다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아, 그게 뭐더라’ 하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한 무리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저한테 ‘아가씨, 한국 사람이에요?’ 하시는 거예요. 그렇다고 했더니 대뜸 ‘한국 사람이 그런 외국 이상한 종교 믿으면 안 되죠’ 하시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성경책을 들고 계시기에 ‘기독교도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라고 했더니 한 아저씨가 어디서 말대꾸를 하냐며 제 히잡을 잡아 벗기셨어요. 머리채가 같이 잡혀서 보기 좋게 내동댕이쳐졌죠. 제 친구들이 달려오고 완전히 난장판이 됐는데, 그 와중에 그 무리 중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저를 잡고 기도해주겠다는 거예요.”

보라 씨는 “한 번도 무슬림이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의 시선은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은영 씨는 그런 경험이 없다. 아랍어를 전공한 까닭에 은영 씨 주변은 대부분 이슬람에 관한 이해가 있었고,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은영 씨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들이었다.

“평소에 제가 ‘좋은 일이 생기고 싶다고 생기는 게 아닌 거 알잖아’ 하면서 매사에 감사하니까요. 부모님은 인정해주세요. 그래서 별로 불편한 건 없어요. 아, 엄마는 가끔 제가 대들거나 큰 목소리라도 내면 무슬림 되고 착해진 줄 알았더니 똑같다고, 알라가 그렇게 가르치더냐고 그러세요. 하하.”

은영 씨는 무슬림이 되고 “‘정명(正命)’을 믿으며,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꾸란에 ‘네가 그것을 싫어할지라도 사실은 그것이 너에게 이롭게 적용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어요. 정말 하루하루 인생이 그렇잖아요. 우리는 결국 하나님이 우리에게 정해놓은 걸 모르니까, 우린 그저 충실하게 살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는 거죠. 그러니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이 주신 걸로 받아들여요.”

▲ 이날 모임에서 공부한 꾸란 제49장 후즈라트. 총 18절로 이뤄진 49장은 무슬림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를 다룬다. ‘윤리의 장’이라 부르는 해설가들도 있다. ⓒ문양효숙 기자

현지 시각 16일 오후, 이집트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시나이 반도는 최근 정부군과 경찰을 겨냥한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본거지로 떠오른 지역이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치안공백이 생기자, 이들은 무기를 들여와 세력을 키웠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에서 3단계인 여행 제한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은영 씨는 이런 과격주의자들의 테러는 무슬림의 ‘지하드’(Jihad)가 아니라면서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지하드로 꾸밀지 모르지만, 무슬림도 그런 과격주의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흔히 ‘성전(聖戰)’의 아랍어 의미로 알려진 ‘지하드’의 원래 의미는 ‘노력, 고군분투’라는 의미예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예를 들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졸리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잖아요. 그런 게 지하드예요. 한 개인이 선한 것을 위해 열심히 애쓰는 걸 지하드라고 해요. 극단주의자들은 그 이름을 나쁜 짓을 하는 데 쓰는 거죠. 하지만 그건 무슬림의 지하드가 아니에요. 이슬람에서 폭력을 떠올리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이슬람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항복’, 또 다른 의미는 ‘평화’다. 무슬림은 ‘평화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뜻이다. 사원에서 꾸란 공부를 마친 은영 씨가 함께 공부한 이들과 헤어지며 인사를 나눈다. “마 쌀라마”.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은영 씨가 대답했다.

“‘평화가’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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