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보라마을 이종숙 이장이 보라마을회관의 입간판을 종이로 도배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장영식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은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상징적 마을입니다.
2년 전, 보라마을 입구의 보라교 앞에서
이치우 어르신이 송전탑을 반대하며 분신하셨던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보라마을에는 마을회관이 있습니다.
‘보라회관’이라는 회관의 입간판이 하얀 종이로 가려져 있습니다.
이종숙 이장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언론들이 한전 측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방송 화면으로 우리 마을을 보여주는 거야.
그러면서 꼭 ‘보라회관’이라는 입간판의 글자도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야.
마치 우리 마을이 송전탑 건설을 찬성하는 마을처럼 보이려는
나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지.
그래서 풀을 쑤어 ‘보라회관’이라는 간판에 도배를 했지.
우리 마을이 한전의 엉터리 선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저렇게 했어.”

▲ 지난달 16일 오전, 고(故) 이치우 어르신의 2주기를 맞아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어르신의 분신 장소에서 제를 올리고, 묵념하고 있다. ⓒ장영식

보라마을 주민들은 언론의 왜곡보도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라마을 주민들이 한전의 보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라마을 주민들은
“마을 이장도 모르고, 마을 어르신들도 모르는 합의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한전의 일방적인 보도자료를 최소한의 확인 과정도 없이
몇몇 언론이 그대로 받아쓴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생채기를 내는
한전과 언론의 행태에 마을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 고(故) 이치우 어르신의 논에는 파견미술 작가들의 765㎸ 송전탑 반대 상징탑 작품(제목 ‘밀양의 얼굴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논에 102번 송전탑이 건설될 예정이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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