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장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신임 위원장 서영섭 신부

▲ 서영섭 신부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천주교 남자수도회와 사도생활단의 새로운 일꾼이 됐다.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서영섭 신부가 선출돼, 지난 6년간 위원장직을 맡았던 김정대 신부(예수회)의 뒤를 이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인천지구 재속프란치스코회 영적 보좌자, 성모기사회 인천지구 지도사제, 수도원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위원장 등을 맡고 있는 서 신부는 “많은 일을 맡았고,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허락되는 한 충실히 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섭 신부는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이하 위원회) 활동은 예언자로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전임 위원장께서 길을 잘 닦아뒀고, 내부적으로도 성숙하고 안정된 분위기다.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직접 찾아다니며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 수도회가 함께 ‘수도자 사회교리학교’ 만든다

지난 1월 임원 선출이 있었고, 오는 4월 추계 총회를 통해 활동 계획을 명확히 정할 예정이지만, 위원회는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수도자 대상 사회교리학교 운영을 준비 중이다. 수도자 사회교리학교는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함께 진행할 예정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수도자들의 복음적 식별력을 키우고 전문적인 양성을 시도할 목적이다.

서영섭 신부는 특히 위원회가 매진할 활동 방향으로 노동 문제를 꼽았다. 현재 강정, 밀양 등에서 벌어지는 국책사업으로 인한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훼손도 고민하고 연대해야 할 부분이지만, 해고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적용이야말로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 신부는 정리해고와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고, 대표적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와 사회적 논의로 드러내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실천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1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열린 ‘한진노동자와 함께 하는 정의와 희망을 여는 미사’에 참석한 서영섭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노동은 숭고하나, 노동자는 내쳐지는 현실
교회가 가르치는 노동의 모습 실현할 것

서영섭 신부가 유독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제서품 후 한진중공업 문제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고, 사회복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서 신부는 “내 삶이나 사목과 연결 짓지 못했던 노동 문제, 사회적 부조리가 어느새 나와 내 부모의 과거, 내 형제나 조카들의 미래가 됐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사건을 겪으면서 나중에 그것이 하느님의 초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삶의 모습, 아픈 이들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해줬던 초대였어요. 생면부지의 나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절박함을 읽었고,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모르고 있었는지 알았어요.”

서 신부는 사제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타인의 어려움을 일반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저 삶의 어려움, 신앙의 위기라고 일반화하면서 좋은 말로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겪는 구체적인 상황과 아픔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신부는 ‘노동’은 아주 좋은 말이고, 교회에서도 노동은 신성하고 자본보다 우위라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노동은 숭고한데, 노동자는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교회에서부터 노동과 노동자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노동, 직업, 일은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한 성소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 고유한 가치를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느님도 노동을 통해 우리 인간과 세상을 지으셨는데, 노동과 노동자가 차별받고 무시당한다면 그건 하느님의 노동을 모독하는 것이죠.”

서영섭 신부는 1992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멕시코 특별총회에서 “우리 회원들은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서서 끝까지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그들 편임을 고백해야 한다”는 선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한 삶은 당연한 것인데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가 가난을 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교회의 가난이 가진 자의 겸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영섭 신부는 앞으로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활동을 통해 아파하는 이들 사이에서 머물며 복음의 가치, 복음적 삶을 살아갈 것이라면서, “사제, 수도자들은 유혹이 많다. 안주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늘 긴장하고 경계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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