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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주장하는 일본.. 핵 관련 법은 휴지조각 만들어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 한국 방문

“영광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서울도 맹렬한 오염지대가 되어버립니다.”

일본의 대표적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교토대학교)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존의 과제, 탈핵’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고, 핵발전의 허상과 위험성을 경고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수습되지 않은 후쿠시마 사고

히로아키 교수는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가 “현재까지도 전혀 수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 갈 수도 없고 측정기 배치도 어렵습니다. 있던 측정기조차 신호가 작동하지 않고요. 원자로가 녹아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도, 도쿄전력도, 정부도 녹아버린 핵연료가 어디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때문에 3년간 물을 부으며 노심이 더 이상 녹아내리지 않도록 막고만 있는 상황이지요.”

   
▲ 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가 22일 오후 '공존의 과제,탈핵'이라는 주제로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냉각수는 곧바로 방사능 오염수가 된다. 당연히 지하수와 바다는 오염되었다.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삶터를 잃었고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오염지대에 남겨진 채 현재까지 피폭당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들어가 방사능 봉쇄작업을 하는 노동자들도 피폭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은 도쿄 전력 직원이 아니라 하청에 하청을 거듭한 가장 가난한 이들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고로 대기에 배출한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의 양은 히로미사 원폭 168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히로아키 교수는 이 또한 ‘축소된 보고’라고 일갈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말해 온 장본인입니다. 범죄자가 어떻게든 자기의 죄를 가볍게 하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보고된 세슘 137의 양도 상상을 초월하지만 실제는 이것보다 2-3배가 넘는 양이 대기에 뿌려졌을 것으로 봅니다.”

 

히로아키 교수는 “법치국가를 자칭해 온 일본이 사고가 나자 방사능 관리 법률을 모두 어기고 자신들의 법률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일본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잊지 않았다.

히로아키 교수는 “핵발전소는 기계고 기계는 때로 사고를 일으킨다. 그리고 핵발전소를 움직이는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과오를 범한다”면서 “파국적 사고의 가능성은 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한국의 핵발전소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일본 방사능 오염지역을 같은 배율로 배치한 지도. 히로아키 교수는 "영광에서 사고가 나면 바로 서울까지 극력한 오염지역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고이데 히로아키)

핵연료 재처리는 핵무장으로 가는 길

유감스럽게도 문제는 ‘사고’에만 있지 않다. 핵발전은 핵분열생성물 등 방사능 물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이를 격리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100만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히로아키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과연 계속해서 그 핵폐기물을 처리할 만한 땅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히로아키 교수는 무엇보다 핵연료 재처리 기술에 관한 우려를 드러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이 바로 핵무장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자력폭탄을 제조하는 핵심기술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을 만드는 원자로, 그리고 재처리 세 가지예요. 세계 각국은 어떻게든 이 기술을 손에 쥐고 싶어 했지요.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유엔 상임 이사국이 아닌 나라 중에 이 3가지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일본입니다.”

우라늄과 함께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튬은 원자로에서 쓰고 남은 연료 속에 남아 있는 물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북한의 폐 연료봉 재처리 여부를 감시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히로아키 교수는 “안전은 군대가 아니라 신의와 공정으로 유지되는 것”이라 강조하고,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연구도 하루 빨리 중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강연회에는 4백 여 명의 탈핵 운동가, 시민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일본의 현재 상황과 한국에의 영향, 식품과 수산물의 위험성 등에 관한 열띤 질문을 이어 갔다.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히로아키 교수는 “정부가 정보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늘어간다”며 정부의 정확한 방사능 오염 측정 작업을 촉구하는 한편, “후쿠시마 이전에도 이미 미국과 구 소련을 비롯한 국가들의 수많은 대기권 핵실험으로 전 지구가 오염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히로아키 교수는 “핵발전이 아니면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지만, 현재 일본에는 핵발전소가 1기도 가동되지 않음에도 전기 부족 사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지금 즉각 전 세계의 핵발전소 430기가 멈춰도 히로시마 원폭 1000만개 분량의 죽음의 재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탈핵을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회는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대표 김제남 의원)’과 ‘탈핵 법률가 모임 해바라기(공동대표 김영희 변호사)’에서 주최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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