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 에세이]

▲ 위양복지회관 담벼락에는 이장선거 공고문이 붙었다. ⓒ장영식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위양마을에서 22일 이장선거가 실시되었다. 보통 시골마을의 이장은 선거 없이 추대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부북면사무소에서 현 이장의 사직을 권유하는 등 심상찮은 기운이 맴돌았다.

오전 10시부터 실시된 선거는 오후 1시 선거가 끝나고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주민들 간에는 격앙된 말투가 오가기도 했다. 어느 주민은 “돈 받아 처묵고 고향 땅에 송전탑 박아놓고 잘 사는가 두고보자”라며 흥분했다.

평화롭던 마을 주민들 간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의 진앙지는 바로 ‘밀양765kV송전탑건설’ 때문이었다. 송전탑 건설 찬성파 주민들이 반대파 이장을 몰아내기 위한 꼼수 선거였지만, 선거 결과는 55표와 30표(무효 4표)로 반대파 이장이 재선출되었다.

이 마을은 주민등록상 135세대 1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전은 “부북면 주민 약 80%가 보상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날 선거 결과로 한전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한전 보상안을 받아들인 주민들조차 실제로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민심이 드러났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송전탑 건설 반대파 주민들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고 “만세”를 불렀고, 기세등등하던 찬성파 주민들은 하나 둘 소리 없이 흩어졌다. ‘밀양765kV송전탑’이라는 가슴앓이를 앓고 있는 127번 농성장의 ‘현풍아지매’는 “이 사실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 너무 좋아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현풍아지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출된 권영길 이장은 “위암이 걸리고 건강이 악화되어 20년간 해오던 이장을 그만두었는데... 그 보수도 주민을 위해 다 썼어. 그런데 주민들이 찾아와서 다시 맡아 달라고 해서 이장을 맡아 철탑 반대를 열심히 했지. 그런데, 철탑 반대 한다고 나보고 돈을 횡령했다면서 이장직을 사퇴하라고 음해를 하질 않나 그리고는 철탑 찬성하는 사람을 이장으로 뽑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더구만. 정말 잠이 오질 않았어. 이 일을 어찌할꼬 싶어서 ...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인 표로 이겼어. 만세다!!!”라며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날 선거에는 아침 일찍부터 부북면사무소 직원들까지 나와 참관하고 있었다.

▲ 투표함이 있는 복지회관 안에는 선거인명부를 찬성파 4인과 반대파 4인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장영식

▲ 팽팽한 긴장속에 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모습. ⓒ장영식

▲ 투표가 끝나고 개표를 진행하는 동안 복지회관의 문은 굳게 닫혔다. ⓒ장영식

▲ 투표를 마친 주민들이 모여 마을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영식

▲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초조한 모습을 신발들이 표현하고 있다. ⓒ장영식

▲ 개표결과가 발표되자 반대파 주민들은 "만세"를 외치고, 찬성파 주민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장영식

▲ 밀양 주민들의 가슴앓이인 밀양765kV송전탑의 모습. ⓒ장영식

▲ 이번 선거에서 재선출된 권영길 이장은 밀양765kV송전탑건설 반대편에서 싸우고 있는 분이다. 사진은 작년 5월22일, 127번 현장에서 한전의 야만적 폭력 앞에 "차라리 다죽자"라며 목에 밧줄을 감았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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