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기 추모제 열려…29일 오후 7시 용산 생명평화미사 봉헌

▲ 추모제가 끝난 후, 용산 남일당 터에서 서울역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정현진 기자

1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서 용산참사 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개발이 중단된 공터로 남아 있는 남일당 자리에 모인 이들은 추모제를 마친 후, 서울역 광장으로 행진했다.

1월 20일은 남일당에서 강제철거에 저항하던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목숨을 잃은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이날 망루에서 시신으로 내려온 철거민 5명의 시신이 장례를 치르기까지 1년이 걸렸고, 살아 내려온 이들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4년간 복역 중 사면됐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당시의 부상으로 지금껏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명은 여전히 복역 중이다.

용산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시의 진상규명이 아직 되지 않았으며, 무리한 진압작전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고, 수사를 지휘했던 정병두 검사장은 신임 대법관 후보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살던 곳, 생계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 밀양과 용산, 강정, 쌍용차가 만났다. 살던 곳에서 살지 못하게 된 사람들, 공권력과 자본이 내몰아버린 사람들이 손을 잡는다. ⓒ정현진 기자

이날 용산참사 5주기 추모제에서는 쌍용차 해고자와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만났다.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나는 이들의 연대였다.

“용산참사 유족들이 밀양을 찾아와서 용산이 더 열심히 싸웠다면 밀양이 이토록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송전탑을 막는 싸움 때문에 그동안 용산 유족들을 몰랐던 것이 너무 미안합니다.”

추모제에 참여한 밀양 주민 도미현 씨는 무대에 올라, 밀양과 용산이 다르지 않음을 이렇게 말했다. 서울역 한 켠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5명의 용산참사 희생자와 유한숙 씨의 영정이 함께 모셔졌다. 한국 사회에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을 터트린 용산참사는 이제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 살던 곳에서 살던 대로 살지 못하는 이들이 권리를 외치는 구심점이자 발화점이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용산참사 5주기 추모주간 일정은 28일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 2년, 그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추모토론회와 29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는 용산 생명평화미사로 이어진다.

▲ 용산참사 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 2009년과 2014년 사이, 달라진 것은 없다. 시간만큼 더해진 고통과 모욕 외에는. ⓒ정현진 기자

▲ 남일당 터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 위에 참가자들이 국화를 꽂았다. 이들은 “차라리 이곳이 개발되었다면 덜 억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