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까사미아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나이도, 생김새도, 기질도 각각이다.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오면 큘라 아줌마는 “안녕!” 하고 인사를 한다. 이 인사에 대한 반응도 가지가지다.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그냥 지나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장단을 맞추듯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참 지난 후에 아줌마를 다시 볼 때 그때서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아이도 있다.

아저씨나 아줌마가 먹을 것을 주면 “헤헤”라며 입꼬리가 올라가며 너무도 좋아하지만, 여기저기 널려있는 책들을 책꽂이에 꽂으라고 하면 서로 자기가 본 책이 아니라고 모른척한다. ‘자신이 본 책을 책꽂이에 꽂기’, ‘먹은 과자봉투는 쓰레기통에 버리기’, ‘자신이 먹은 간식 접시를 설거지통에 갖다놓기’, ‘쓰레기를 길에 버리기 않기’ 등, 비록 지나치기 쉬운 작은 행동을 반복하여 당부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이웃이 불편할 수 있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키우면서 코끝이 찡해질 때가 있는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가슴에 달아줄 때, 용돈 절약하여 부모님 생일 때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을 때 등이라고 한다. 자식이 어릴 때 부리는 재롱은 평생 부모가 베푸는 은혜를 다 갚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마주하는 자식들의 마음 씀씀이도 부모에게는 큰 기쁨이다.

▲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석이가 선물한 쥐 두 마리 ⓒ최금자

큘라 아줌마와 큘로 아저씨도 까사미아 아이들에게 가끔 감동 어린 선물을 받는다. 2년 전이었던가? 초딩 4학년이었던 석이가 ‘방과 후 공작수업’에서 만든 종이 쥐를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선물했을 때, 녀석이 사탕 두 알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주었을 때, 자식 키우는 부모가 느끼는 감동을 맛보았다.

12월 초 지인의 딸이 다니는 회사 직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쌀과 간식거리를 한 아름 까사미아에 기증하였다. 쌀은 주위에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전달하였다.

얼마 전에 종이가 언 손을 부비면서 아줌마와 아저씨 먹으라고 호떡 두 개를 가져왔다. 그 전날에 아저씨가 기증받은 과자를 한 봉지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자 한 아이가 “오늘 무슨 날인가요?”라고 물었다. 무슨 특별한 날이어서 과자를 받은 걸로 생각한 아이들에게 일부러 “아저씨, 생일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들은 아이들은 아저씨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신나게 불러주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종이가 다음날 간식 사먹을 용돈을 쪼개서 십정동에서 가장 맛있는 호떡을 아저씨 생일 선물이라며 사온 것이다.

비록 그 전날이 아저씨의 진짜 생일은 아니었지만 종이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호떡. 호떡 봉투를 받아든 순간 코끝이 찡했다. 호떡에서 삐져나오는 설탕 국물을 손바닥 여기저기에 흘리면서 먹는 맛은 감동이었으며 그 순간 참으로 행복했다.

천방지축인 아이들로 인해 어수선할 때가 많지만, 간식을 먹고 나서 맛있게 먹었다며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대할 때, 까사미아를 떠날 때 고개를 숙이며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 할 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보람이 있다. 올 한 해도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며 인정하는 순간에 성큼 다가옴을 느낄 것 같다.

2014년 새해에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복 많이 받고 안녕했으면 좋겠다.

▲ 호떡 선물을 받아들고 마냥 기쁜 큘로 아저씨, 그 옆에서 해맑은 표정을 선사하는 경 ⓒ최금자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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