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12월 1일 대림 제1주일을 맞아 전국 각 교구장들이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사목교서는 교구장 주교가 관할 교구 내 모든 신자들에게 믿고 실천해야 할 교리나 신앙, 전례 등의 내용을 담아 보내는 공식 문서로, 교구의 새해 사목 방향과 실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새해에는 ‘성경 말씀’에 집중
대구 · 안동 · 춘천 · 청주교구 등 ‘선교’ 강조

서울대교구는 2014년에 ‘성경’에 역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기로 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사목교서에서, 신앙의 해를 시작하며 허약한 신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경, 기도, 교회의 가르침, 미사와 성사, 사랑의 실천’이라는 다섯 가지 표어를 제시했던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이 다섯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한다면 우리의 허약한 신앙 체질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매일 성경 읽기를 생활화하자며, 신자들에게는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 전에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마음에 새질 것을, 사제들에게는 신자들이 성경에 맛들이고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한편, 염 대주교는 “최근에는 어느 신흥종교단체가 자의적인 성경 해석으로 많은 신자들을 현혹시켜서 큰 물의를 빚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가 공인한 성경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전례와 선교의 활성화를 천명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특히 사제들에게 “전례에서 본래의 아름다움과 품위가 드러나도록 회중을 인도할 책임이 있는 만큼, 교우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르칠 뿐 아니라 전례의 준비와 거행의 전반에 걸쳐 수도자들과 교우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사에 힘입은 신앙의 활력이 복음 선포로 이어진다며, 사제들이 앞장서서 교우들의 선교활동을 조직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교구는 앞으로 2년 동안의 사목 방향을 ‘선교의 해’로 정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신앙의 길로 초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사목교서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우리들의 선교활동을 통해 교구 신앙 공동체가 더욱 새롭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더욱 견고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교구는 새해를 ‘성체 중심의 지역 복음화 해’로 지내며, 지구 중심의 지역 복음화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각 지구별로 지구사목협의회와 지구사목회의를 통해 중장기 사목계획 수립과 실행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순교정신을 선교로 계승하자며, “2019년, 교구 설정 80주년에는 복음화율 10%를 달성함과 동시에 주일미사 참례율도 40%까지 올린다”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14년에는 사목국에서 선교위원회를 구성해 선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사목국은 소외 계층을 위한 구체적 노력에 나서는 등 교구 부서별 실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교구, 인간과 자연 공존 위해 삶의 방식 변화 요청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인간과 자연에 평화를 이루는 소공동체’를 주제로 발표한 사목교서에서 “세상의 참된 발전은 하느님과 인간과 자연이 올바른 관계를 맺고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에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시대는 자본주의가 유인하는 무분별한 과잉 생산과 소비를 이어가기 위해 한없는 에너지를 추구한다. 에너지의 무한 증대를 요구하며 인류의 생명과 생존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는 핵발전의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회심을 향한 하느님의 초대에 순종하며 생활 방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교구, 내년 아시아 · 한국 청년대회 성공적 개최에 주력하기로

2014년 8월, 아시아 청년대회와 한국 청년대회를 함께 열게 되는 대전교구는 청년들의 신앙 성숙을 강조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사목교서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한국 청년대회가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교구민의 희생과 기도, 협력을 부탁했다.

인천교구도 젊은이들의 신앙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부모들에게 기도와 성경을 가까이 하며,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는 가정을 이뤄갈 것을, 청년들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교회로 돌아와 기도하며 주님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 부산 · 전주교구, 가정 복음화에 우선

2012년부터 3년째 ‘가정의 해’를 보내고 있는 광주대교구는 2014년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교회’에 주력할 계획이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가정교회는 자기 가정만을 위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세상 복음화의 누룩이 돼야 한다면서, 특히 가족 간의 친교를 해치는 각종 중독에 대한 대책 마련과 가정 해체로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주문했다.

부산교구는 2014년을 ‘가정 복음화의 해’로 지내기로 했다.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는 신앙 약화 현상이 가정에도 영향을 끼쳐 세속적 가치에 과도한 무게를 두고 사랑, 희생과는 멀어지게 된다고 우려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가정생활을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황 주교는 구체적 실천지침으로 가족이 함께 아침 ·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칠 것, 가족 단위로 신심운동에 참여할 것, 봉사활동을 함께할 것 등을 제시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도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보려면 가정을 거울로 삼아 보면 가장 정확하다”면서 “가정이 사랑의 공동체다운 모습을 다시 찾으면 현대의 고질병인 사랑 결핍증, 외로움, 우울증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부교구, 소공동체와 사회적 관심…군종교구, 하느님과 이웃 사랑 실천 강조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올해 상반기 교구 사목연구소가 진행한 신자 신앙생활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사목교서를 통해 소개하며, 신앙이 신자들의 삶에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우려하는 한편,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이웃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신자들 내면의 바람이 드러났다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이기헌 주교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열정과 함께, 교구가 나아가야 할 전체적 방향으로서 ‘소공동체’, 청소년 · 청년 신자 양성, 기복적 신앙생활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심과 실천을 강조했다.

2015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원주교구는 새해를 ‘교우, 수도자, 성직자 일치의 해’로 정하고,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더욱 닮아가는 교구 공동체가 되자고 제안했다.

마산교구도 교구 설정 50주년이 되는 2016년을 교구가 시작하던 때의 열정과 첫 마음을 회복하고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실천사항으로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는 성경 읽고 공부하기, 사랑의 사회적 질서 확산을 위한 사회교리 공부 등 ‘영적 쇄신’과 함께, 생명운동과 사랑 나눔 운동, 순교자 묘지 정비와 순례 등 ‘기념사업’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지난 2년간 강조한 ‘믿음’과 ‘희망’에 이어 새해에는 ‘사랑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를 목표로 정했다. 유 주교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관련해 성경을 공부하고 묵상하며, 어디서든 기도하며 살 것을 권고했다. 또 이웃 사랑에 대해서는 친절, 겸손, 예의의 자세를 실천할 것, 미사 전후에 친교의 시간을 가질 것, 어려운 이웃을 희생으로 도울 것을 제안했다.

한편,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사목교서는 12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 마산교구와 수원교구 사목교서 관련 내용을 추가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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