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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765㎸ 송전탑 반대, 절벽 시위[장영식의 포토 에세이]

   
▲ (오른쪽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생태분과위 백재호 위원과 경산 정의당 소속 정재광 당원 ⓒ장영식

밀양을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굳은 결의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생태분과위 백재호 위원(대구 녹색당 당원)과 경산 정의당 소속 정재광 당원입니다.

그들은 밀양시 단장면의 부엉새바위를 오르기 위해 한 달 전부터 고심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이 행할 계획을 비밀에 붙이는 데도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혹시라도 그들의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게 되면 실행에 옮길 수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형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산에 올라 절벽에 매달려 현수막을 펼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고, 바람도 거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정재광 씨는 현수막 줄을 나무에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백재호 씨는 현수막을 들고 절벽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순간, 갑자기 미끄러졌습니다. 지상으로부터 50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미끄러진다는 것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그 위기의 순간을 수습하고, 절벽 아래로 내려와서 대형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 (왼쪽부터) 부엉새바위를 오르는 백재호 씨와 정재광 씨의 모습. 부엉새바위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절벽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 백재호 씨가 부엉새바위 절벽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영식

대형 현수막에는 “생존권 파괴하는 살인송전탑, 사람 사는 곳은 땅속으로! 765㎸ OUT!”이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이 현수막을 붙잡고 두 시간을 매달렸습니다. 그가 원래 계획보다 빨리 내려온 것은 기온이 급강하하고, 바람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백재호 씨는 부엉새바위에서 내려와 “미안합니다. 더 오래 버텼어야 하는데…”라며 수줍은 미소로 첫 마디를 대신했습니다. 그는 “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 어르신들이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되는 것이 안타까워 작은 힘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부엉새바위를 올랐다”고 합니다. ‘농민의 날’이었던 11월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있었던 밀양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밀양은 아름다운 ‘외부세력’의 따뜻한 연대와 함께 탈핵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 밀양의 가을은 깊어가고, 아름다운 ‘외부세력’의 따뜻한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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