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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에 밀양 사람은 초대받지 못하나?[장영식의 포토 에세이]

   
▲ 깊어가는 가을을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다독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밀양의 꿈과 희망을 엿본다. ⓒ장영식

경남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 여수마을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가을 단풍과 함께 아직 따지 못한 상동 반시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감나무는 또 다른 풍경과 더불어 한 폭의 아름다운 유화 같았다. 마을과 큰 길을 가르는 밀양강은 유유히 흘렀고, 밀양강에 반영된 상동면의 모습은 처연했다.

네비게이터가 지시하는 대로 차를 달려 옥산리 초입에 들어서자 경찰차와 119 차량 등이 길가에 있었고, 현장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곧 아름다운 터널 두 군데를 지났다. 두 번째 터널 끝에 한 무리의 주민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여수마을에는 여수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도곡마을과 고정마을, 그리고 단장면의 주민들도 함께 있었다. 경찰이 한전 직원들을 122번 현장으로 올려 보내고, 길목을 차단하자 주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126번 길목을 차단했던 경찰들이 122번으로 이동하여 지키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친숙해진 경찰 간부와 눈인사를 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왜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출입시키면 안 됩니다. 바로 업무방해가 성립됩니다”라고 말했다. “아니, 주민들의 통행은 자유롭게 보장하지 않았느냐”라고 재차 묻자 “태풍 이후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 상동면 여수마을 입구에 있는 122번 현장에 한전 직원의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길을 막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장영식

   
▲ 122번 현장의 경찰은 길목에서부터 주민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있었다. ⓒ장영식

   
▲ 122번 현장의 경찰은 길목에서부터 주민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있었다. ⓒ장영식

그렇다. 지금 밀양의 현장은 철저히 경찰에 의해 주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레미콘 차량의 출입과 함께 충돌이 있었고, 도곡마을의 충돌과 함께 지금은 122번 현장 입구에서부터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한전 직원들의 현장 출입을 막고 있고, 경찰은 그 주민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한전 직원들의 출입과 공사 강행을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122번 현장 입구에는 수상한 경찰 병력이 곳곳에서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밀양 어르신들은 나를 붙잡고 자신들의 무력함을 호소하면서 “제발 이 땅 좀 지켜주소. 이 고향 좀 지켜주소”라며 울부짖었다. 밀양 어르신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와 부딪힐 때마다 나 자신은 무력감에 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122번 현장에서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는 경찰들은 기자나 사진가들이 나타나면 직접적 충돌이나 폭력을 자제했다. ⓒ장영식

   
▲ 통행을 막고 있는 주민들을 피해 우회하고 있는 경찰 ⓒ장영식

   
▲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방문했으나 주민들은 냉담했다. ⓒ장영식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나왔지만 주민들은 냉담했다. 어느 어르신은 “국가인권위에서 조사를 하면 뭐하노. 지난번에도 왔다 갔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아무 소용이 없어”라며 인권위 직원들에게 “제발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치신다. 그만큼 어르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야속하고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 5월의 ‘밀양전(戰)’에서는 최소한 경찰이 중립을 지켰지만, 10월 ‘밀양전’에서의 경찰은 주민의 보호보다는 765㎸ 송전선로 공사의 강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 765㎸ 송전선로 공사의 강행을 위해서 국민의 인권은 뒷전에 밀려 있는 것이다. 오히려 아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70~80대 노약자인 주민들을 향한 공권력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 밀양의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국민행복시대’는 물 건너갔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1.6%의 국민일 뿐이다. 박근혜 후보를 반대했던 48%의 국민은 국민행복시대에서 추방된 이방인에 불과하다. 그 이방인에는 강정과 쌍용차, 용산과 밀양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의 천박한 정치 현실이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어르신은 “우리는 허풍선이야. 원래 이 송전탑은 직선으로 가면 경북으로 가야되는데, 경북에는 힘 있는 자들이 있으니 여기를 빙 둘러서는 거야. 밀양엔 힘없는 겉똑똑이 밖에 없어”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혼자말로 중얼거리신다.

밀양의 모든 현장에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녹아 있다. 그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에는 땅과 고향에 대한 애착이 자리매김한다. 밀양의 모든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제발, 내 땅을 지켜주소. 내 고향 좀 지켜주소.”

   
▲ 송전탑을 포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어르신들의 결의에 가슴 뭉클했다. ⓒ장영식

   
▲ 어르신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경찰과 한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장영식

   
▲ 어르신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경찰과 한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장영식

   
▲ 몸이 편치 않은데도 현장의 주민들과 합류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애틋하다. ⓒ장영식

   
▲ 몸이 편치 않은데도 현장의 주민들과 합류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애틋하다. ⓒ장영식

   
▲ 경찰이 다가오자 어르신들은 손에 손을 잡고 결코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결의가 가득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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